고은 기자
고은 기자

스무 살이 되고 제주대학교에 22학번으로 입학해 ‘새내기’라는 파릇파릇한 호칭을 달고 캠퍼스를 거닐던 3월, 우연히 제주대신문 수습기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제대로 써본 적도 없는 지원서 양식에 나름 그럴듯한 말로 내 포부를 전하니 어느새 수습기자가 돼 있었다.

제주대신문 단톡방에 초대되고 내가 처음 썼던 기사는 매학기 초 진행되는 신임 보직교수의 인터뷰 기사였다. 교수님과 이미 인터뷰 일정을 잡았던 정기자 선배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시간과 장소는 정해진 상태였다.

지금 생각하면 교수님께 연락해 일정을 잡아야 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 교수님과 인터뷰만 하면 되는 쉬운 일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교수님을 만나는 일도,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일도 익숙하지 않았던 20살이었기 때문에 떨리는 마음으로 교수님 연구실을 찾아갔다. 

하지만 예정시간이 10분이나 지나도 교수님은 오시지 않았고 한 통의 메일이 왔다. 

‘고은 기자님 왜 안 오시나요? 다음 일정이 있어서 10분 뒤에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예정된 인터뷰 장소였던 진로취업처장실은 본관이었고, 나는 학생기자로서 첫 임무를 망칠까 봐 전속력으로 뛰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인터뷰를 마쳤다. 교수님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신 덕분에 나의 첫 인터뷰는 지금 생각하면 웃픈 추억이다.

이렇게 대학생활의 첫 페이지를 신문사로 채워나갔다. 어렸던 수습기자 시절을 지나 정기자가 된 나는 아직도 어리다. 지금까지 총 14번의 편집회의와 수많은 취재를 했음에도 매번 취재 아이템을 생각해 내고 텅 빈 신문의 지면을 채워가는 일은 처음인 듯 어렵다. 

정기자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도 가볍지 않다. 수습기자를 뽑는 면접관이 되고 수습기자들을 가르쳐 원고를 피드백하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 

이번 1058호 신문은 제주대신문 69주년이다. 올해 새로운 수습기자 4명, 한 달 전 2명의 추가모집으로 6명의 수습기자와 정기자 3명, 총 9명의 기자들과 함께 벌써 4번째 신문을 발행했다.

함께 발로 뛰며 울고 웃던 취재와 편집이 끝나 한 호의 신문이 발행되고 내 이름이 박힌 기사를 보면 언제 힘들었는지 모르게 뿌듯한 감정이 앞선다.

대학에 와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내가 미래에 속하고자 하는 곳은 언론사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어쩌면 사명감으로 해나가는 일이지만 신문사에서의 경험은 평생에 남을 값진 지혜로 쌓이고 있음이 분명하다.

1058번의 발행 동안 제주대신문을 거쳐 간 많은 사람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신문사 동료들, 앞으로도 함께 파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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