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하 사회교육과 2 
김준하 사회교육과 2 

중간고사를 앞둔 어느 새벽이었다. 새벽 두 시가 넘어가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허기를 참지 못한 나는 학생회관 1층에 있는 편의점에 갔다. 학생회관 편의점은 밤에는 무인 매장으로 운영되기에 새벽에 편의점에 들어가려면 신용카드를 꽂고 인증을 받는, 다소 귀찮은 몇 가지 절차들을 거쳐야만 한다. 어찌어찌 문을 열고 들어와 편의점 이곳저곳을 돌며 과자와 음료수 따위의 군것질거리를 고르고 있는데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문을 열려고 하는지 부스럭부스럭 하는 소리가 나기에 입구 쪽을 보았다. 혹여 카드를 두고 와서 나한테 문 좀 열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걸까 싶어 내다본 출입문 저 너머로, 휠체어를 타고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들을 계산대에 놓아두고 재빨리 문을 열어드렸다. 휠체어를 탄 그 남자는 정말 고맙다며 나한테 연신 인사를 했다. 그래서 나도 “아니에요. 여기 들어오실 때마다 힘드시겠어요.”와 같은 식의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셀프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 밖으로 나오려다가 문득 뒤가 밟혔다. 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과 혹여나 이런 나의 배려가 그에겐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교차했던 나는, 출입문 앞에 몇 초간 가만히 서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몹시 고민스러웠지만, 이내 나는 우물쭈물하며 그에게 다시 말을 붙였다. “저기 혹시 나오실 수 있으시겠어요?”하고 물어보자, 그는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먼저 가라는 손짓을 건네왔다. 옅은 미소 속에, 몇분 전 내가 문을 열어드렸을 때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던 그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편의점을 나와 학생회관을 슬쩍 둘러보았다. 백두관 식당 옆의 계단과 학생회관 출입구 앞의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회관 편의점으로 향하는 그 짧은 길이, 방금 전 만났던 그에게는 어쩌면 꽤나 먼 길이 되지 않을까. 내가 계단 몇 칸을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찰나지만, 그가 휠체어를 탄 채로 경사로를 오르기 위해서는 수십 배의 시간이 걸릴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먹먹했다. 뒤를 돌아보니 멀찍이 편의점 출입문이 보였다. 어렵게 경사로를 올라 편의점 앞에 다다랐는데 굳게 잠긴 문을 보고 그 출입문 앞에서 머뭇거렸을, 휠체어를 탄 사람들의 당혹스러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유난히 공기가 차가웠던 어느 새벽, 편의점 출입문을 바라보며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무수한 생각들이 그저 나 혼자만의 새벽 감성은 아니었길 간절히 바라본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