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행정학과 4 
김주영 행정학과 4 

얼마전 한라산 영실 탐방로를 다녀왔다. 제주시내는 맑았지만 영실 탐방로가 있는 곳으로 넘어 갈수록 하늘이 흐려졌다. 

맑은 날씨를 가장 좋아하지만 실로 오랜만에 방문하는 한라산 탐방로였기 때문에 발이 가벼웠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자기고를 통해 소개할 식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실 탐방로 시작점의 해발고도는 1280m 라서 생각보다 높은 고도에서도 자란다고 생각했지만 해발 600~1,400m까지 온대 낙엽활엽수림대라는걸 고려하면 이해가 수월하다. 

개족도리풀은 족도리풀과 비슷하게 생긴 같은 쥐방울덩굴과의 식물이다. 족도리풀이라는 이름은 한국 전통방식으로 혼례를 치를 때 신부의 머리 위에 쓰는 족두리를 닮은 꽃이라 하여 족도리 또는 족도리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국어 문법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족도리를 족두리로 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식물의 이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명사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쉽게 바꿔 써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족도리풀을 어떻게 구분할까? 우선 잎은 어긋나게 자라고 족도리풀과 다르게 흰색의 무늬가 있다. 그리고 잎몸(잎끝과 잎자루 사이의 모양, 잎사귀를 이루는 대부분의 형태)이 하트 모양으로, 심장형이라 부른다. 

5-6월이 되면 구분하기는 더욱 쉬워진다. 꽃이 피는 시기라 그렇다. 잎을 슬쩍 들춰보면 땅위에 혹은 땅에 어느정도 파묻힌 상태로 검은빛이 도는 족두리 모양의 자주색 꽃이 핀다. 꽃이 이렇게 피면 벌과 나비가 수분을 할 수 없을텐데 어떻게 생식을 하는걸까 하니, 똥이나 썩은 물을 좋아하는 버섯파리류나 개미, 지렁이에 의해 수분이 된다고 한다. 

이런 특징을 ‘충매화’라고 한다. 꽃이 피는 식물은 주로 벌, 나비, 새 등 날아 다니는 생물에 의해서만 수분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했다. 

제주대학교에서 개족도리풀을 그나마 쉽고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은 삼의(세미 또는 삼의악)오름 둘레길로 이어지는 숲길이다. 숲길을 조금 걸어 들어가다보면 조천이라는 건천이 길게 이어져 있는걸 볼 수 있는데 주의깊게 주변을 둘러보면 볼 수 있다. 

내륙지방에서는 족도리풀 종류를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개족도리풀과는 달리 흰색의 무늬가 없지만 꽃의 형태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맘때 숲길을 걸을 때 만나면 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손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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