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라대동제>가 성황리에 끝났다. 김포공항 집단 지연 사태로 출연진이 축제에 늦게 도착한 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청춘들의 ‘자유로움’이 자유롭게 어우러지고 표현되는 광장이 살아있을 때, 대학이 ‘대학 다울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번 축제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안전’일 것이다. 안전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축제가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 이미 이태원에서 확인했다. 아픈 기억을 교훈삼아 모든 대학 가족들이 안전한 축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특히 안전은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 이들의 헌신과 협력 위에서 실현된다. 무대가 아닌 청중들을 바라보며 위험으로 흐를 수 있는 돌발 상황을 예의주시한 이들이 있었다. 흥에 휩싸이지 않고 현장을 누비며 안전의 경계선을 지킨 이들이 있었다. 축제가 끝난 늦은 밤까지 혹시 모를 사고 요인을 점검, 확인한 이들이 있었다.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축제를 포기하면서까지 수고와 정성을 다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축제가 끝난 자리에서 축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축제의 정의는 가수 싸이의 <챔피언> 가사다. ‘모두의 축제 서로 편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 사람인데 똑같이 모두 어깨동무 /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하면서 / 파벌 없이 성별 없이 앞뒤로 흔들어’ 축제의 중요한 의미가 ‘정서적 연대’다. 축제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한다. 친분을 쌓으며 다름을 뛰어넘으려 한다. 이는 적대감과 편견이 해소되는 정서적 연대로 이어진다. 

축제만 개최한다고 정서적 연대가 실현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축제가 열리는 지역 사람들의 태도다. 아라대동제를 예로 들어보자. 제주대 구성원들은 축제가 열리는 대학 캠퍼스를 ‘안방’으로 생각한다. 대학의 소속감과 애착이 강하다. 축제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애착과 자부심을 과시하는 데에만 몰두하면 축제는 방문객들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정서적 연대를 실현하려면 축제에 낯설어 하는 방문객들을 따뜻하게 포용하며 친분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축제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챔피언> 가사처럼 연대가 살아 숨쉬는 ‘모두의 축제’가 된다. 

아라대동제가 ‘통합과 연대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해야 할 것이 있다. 축제에 참가하지 못한 학생들부터 기억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와 학업 등으로 축제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다. 생계 유지 등 경제적 이유가 많을 것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축제 참여를 사치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참여를 포기했더라도 대학의 소속감과 애착마저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축제에서 뜨겁게 나눈 격려와 응원을 축제 이후에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학생들 조차 축제를 참석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아라대동제는 갈수록 축제의 의미가 퇴색된다. 통합과 연대는 온데간데 없이 때가 되면 으레 치러야 하는 의례적 행사로 인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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