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의 위력이 대단하다. 가입하기 쉽고 활용도 편한 데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상세하게 풀어서 설명해 주니 이보다 ‘편안하고 친절한 대화 상대’가 따로 없다. 때문에 애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다만 쉽고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쉽게 인용, 또는 도용하는 등 갖가지 남용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사람은 갖가지 ‘유혹’에 부딪힌다. 유혹의 사전적 의미는 ‘꾀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나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끎’이라고 돼 있다. 실익보다는 부정적 요소가 크다는 의미다. 사회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대학생들에게 챗GPT는 그야말로 디지털 세대의 중심에 선 존재로서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대상이다.

글을 쓰는 작가도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필자가 한번은 시험삼아 글을 쓰기 위해 관련 단어들을 입력하고 시를 써보라고 했더니, 놀랍게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내용까지 배합해 작품 하나를 금세 써내려 갔다. 창작에 대한 신열이 오를 때, 이런 유혹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같은 내용이더라도 한글로 질문하는 것보다도 영어로 질문하는 게 더 섬세하고 세련된 문장을 만들어 냈다. 순간, 유혹보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인간의 순수 영역이던 예술적 창작물이 인공지능에 의한 것보다 못할 수 있다는 자괴감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대학가에서도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학교별로 사용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거나, 부정행위에 대응한 종합안내 플랫폼을 개설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학교는 수업에서 챗GPT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는 곳도 있다. 과제나 논문 작성 시 표절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자,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흐름을 함께 고민하는 양면의 모습이다. 학교마다 온도 차가 뚜렷하다.

요즘 일부 대학생들이 표절 시비에 휩쓸리지 않겠다며 손글씨로 과제를 작성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실제 국내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한 학생이 챗GPT를 통해 과제를 작성했다가 낙제점을 받은 내용이 기사화된 적 있다. 컴퓨터가 충분하게 보급되지 않았던 대학 시절, 컴퓨터로 타자를 치고 도트 프린트로 출력해 제출하면 점수를 더 줬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 세대와 지금 MZ세대 나이 차가 30년 정도인데, 짧은 기간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빠르다. 최첨단 시대에도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하니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우리 삶 속에는 항상 긍정과 부정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예를 들면, 커피는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기호식품이다. 챗GPT의 접근도 기호식품처럼 소비자(이용자)가 하기 나름이다. 특히 대학생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고,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 그러나 성인인 만큼 얼마나 책임감 있고, 자신에게 알맞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전 세계적 흐름인 챗GPT를 외면하지도 말고, 그 유혹에 너무 빠져들지도 말아야 한다. 인간은 살면서 매사를 현명하게 바라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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