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졸업식은 왁자지껄하였다. 온 가족과 친척이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장을 찾아 사진을 찍고 외식을 하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삶을 축하하였다. 졸업식 당일이 너무 붐벼서 그 전날 학사복을 입고 좀 더 여유롭게 사진을 찍는 풍경도 드물지 않았다. 아마 그 시절 졸업이 온전히 축하의 자리였던 이유는 졸업이 곧 사회생활의 시작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대다수 졸업생이 취업을 하고, 나름의 삶을 계획할 수 있었던 시절의 졸업 풍경이었다. 

최근 졸업식은 과정에 머무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침이 아니라 과정으로 졸업을 바라본다. 학점과 졸업증서가 취업을 위한 과정이 되고, 졸업하고 나서도 취업의 좁은 문을 두드려야 한다. 그러니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고 졸업증서만 찾아가거나 졸업식에 참석하더라도 간단히 사진 찍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흔하다. 졸업은 이제 온 가족의 축제가 아닌 개인의 통과의례로 자리매김되는 듯하다. 그래도 졸업이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인 것은 변함이 없다.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길을 걸어야 하는 시간이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출발선이다.

시대가 변하면 형식과 내용도 변하는 법이니, 그 변화를 수용하는 일도 시대를 살아가는 태도일 것이다. 졸업하는 내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기존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축사를 떠올렸다. 스티브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는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남긴 말이다. “늘 갈망하고, 늘 우직해라”로 의역되는 이 말은 “항상 목표를 두고 바보 같더라도 우직하게 나아가라”는 잡스의 당부일 것이다. 배우 덴젤 워싱턴의 “앞으로 넘어져라”, 작가 조앤 K 롤링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길이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이야기인가 하는 것이다. 인생도 그렇다.” 등 주옥같은 문장들이 즐비하다. 

졸업생들에게 ‘변화하는 삶을 추구하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천년을 산다고 한들 늘 똑같은 일상이라면 살아내는 일이 얼마나 지루한 일이 될까. 수명이 늘어 ’백세 인생‘을 논하는 요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삶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는 늘 마음속에 묻고 답하는 질문이어야 한다.

내 삶을 누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고, 내 마음의 문제에 누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지도 않는다. 예전 졸업식에서 나는 어른이 된 듯한 착각을 했었고, 문제의 해답을 잘 찾아갈 수 있다고 확신했었다. 어리석게도 삶의 문제에는 정답이 없음을 몰랐고, 더구나 청춘이 쉽게 사그라들 줄 몰랐다. 

졸업하고 각자의 삶들을 꾸려갈 청춘들이 부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나, 어제의 세상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졸업이 단지 졸업장 하나로 남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그 과정을 견디고 이겨내어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청춘들의 훈장으로 각자의 가슴에 새겨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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