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난리다. ‘이화(梨花)의 난(亂)’부터 ‘여야(與野)의 난’에 이르기까지 이래도 좋을까 싶을 정도다. ‘난(亂)’이라고 하니, <논어, 향당>의 한 구절을 두고 하던 농지거리가 문득 떠오른다. <향당>에서 묘사하고 있는 공자의 일상 속 행동거지는 조심스럽다. 그래서 ‘유주무량(唯酒無量) 불급란(不及亂)’이라는 말도 ‘비록 주량은 따로 없었지만 흐트러질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라고 풀이한다. 그런데 술 한 잔을 앞에 둔 술꾼들은 ‘공자는 주량이 엄청나서 술이 떨어지면 난동을 부릴 정도였다’고 농지거리를 하기도 한다. ‘난(亂)에는 불급(不及)했다’는 말을 ‘불급(不及)이면 난(亂)을 일으켰다’로 비튼 것이다.

지난 해 8월 부산대학교 국문과 고현철교수가 ‘총장 직선제 포기를 철회하라’며 대학본부 건물에서 투신했다. 그 희생 덕분에 11월 17일 부산대학교는 총장직선제를 실시했고, 해를 넘기기는 했지만 지난 5월 직선제로 당선된 총장이 임명되었다. 하지만 부산대는 총장 직선제 시행에 따라 지난해 CK사업 등을 비롯하여 진행 중이던 국책사업의 예산 18억7300만원이 삭감되어 교수들이 교육연구비 일부를 갹출해 메우기도 하는 등 재정적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경북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공주대학교 등 3개 대학도 교육부의 임명제청 거부로 600일 넘게 총장 공석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직선제 폐지의 명분은 ‘대학 선진화’다. 직선제 고수의 명분은 ‘대학 민주화’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민주화의 열망은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공립대학의 총장은 정부가, 사립대학의 총장은 재단이 일방적으로 임명했다. 그래서 친정부 인사나 관료 출신이 총장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것이 1988년부터 교수들이 직접 총장을 뽑는 사립대가 늘었고, 정부는 아예 1991년 법을 바꾸어 국공립대학에서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도록 했다. 총장직선제는 정치권으로부터 대학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재단의 독단을 견제하는 ‘선진적’인 장치로 각광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민주화가 선진화를 저해하는 시대가 되었나보다.

‘맨입’ 때문에 국회의장이 구설수를 치르고 있는 모양이지만, 요즘 같아서는 ‘맨정신’으로는 버티기 어려울성싶다. 내친김에 내뱉는 ‘돈이 진리인 시대이니 대학도 돈의 전당일 수밖에’라는 말이 더 이상 농지거리로 들리지 않아서 그렇다.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반값등록금 때문에 대학재정이 흔들린다고 하고, 그렇게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에서 던지는 미끼를 덥석 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대학들의 민낯이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돈 먹는 하마’다. 그러니 ‘교육부는 미끼를 던지고 대학은 미끼를 문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고 보니 영화 속 대사가 머리를 스친다. “절대 현혹되지 마소” 아울러 교육부에도 한 마디 일러주고 싶다. “돈 떨어지면 난리 나니(不及이면 亂) 그만 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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