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정 사회학과 1 
한소정 사회학과 1 

여름방학 동안 운전면허를 땄다. 운전 연습을 위해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으니 그제야 어른이 됐다는 실감이 났다. 

웃기지만 대학교에 들어간 6개월 동안 한 번도 어른이라는 실감을 못 느꼈다. 술자리에 있어도 청소년이 술집에 들어가 일탈을 벌이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운전석에 앉으니 내가 어떠한 성역에 감히 발을 들인 듯 거북함이 들었다. 옆을 보니 아버지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 머리엔 내 기억보다 더 많은 흰머리가 자라있었다. 세월을 실감하자 아버지의 모습이 쪼그라들어 나와 비슷한 크기가 되어있었다. 

운전 연습을 마친 뒤 혼자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노인이 된 부모님의 모습을 상상했다. 언젠간 부모님도 은퇴하실 테고 내가 부모님을 부양해야 할 날이 온다.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치매나 병이 들면 모든 걸 내가 직접 수발들거나 요양보호사를 고용해야한다. 요양보호사인 어머니에게 어깨너머로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치매 노인의 똥 기저귀를 치웠던 일, 목욕을 도왔던 일 등 하나같이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무서워졌다. 동시에 매우 미안했다. 부모님은 나를 최선을 다해 키우셨는데 나는 부모님을 부양하기 싫다니, 불효녀도 이런 불효녀가 따로 없었다. 

얼마 뒤 어머니와 같이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이 고민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다정한 눈빛으로 안아주셨다. 나는 갓 성인이 되었고, 지금 자신들을 부양할 각오가 되어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라면서 무서운 게 당연하다고 말씀하셨다. 은퇴할 때까진 시간이 좀 남았으니 지금은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천천히 준비하라며 안심시켜주셨다. 

끝나고 방에 누워 혼자 생각에 빠졌다. 내 철없는 말에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신 어머니가 정말 고마웠다. 여전히 자신은 없지만, 부모님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막막하다고 가만히 있지만 말고 지금부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 막막할 뿐이지만 대비하다 보면 지금 느끼는 이 감정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부모님을 부양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힘든 일에 막혀 도망치지 않고 능숙히 도와드리며 부모님을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고 싶다. 그걸 위해서 지금은 부모님께 자주 전화하고, 가족여행을 하며 추억을 만들어드리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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