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서 세대갈등 심화
꼰대 소리 두려워 말 못해
지나친 일반화 경향 커

 프로그램 중 “세대소통, 어떻게 할까?” 영상 갈무리. 
프로그램 중 “세대소통, 어떻게 할까?” 영상 갈무리. 

지난 9월 27일,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MZ MZ 지겹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추석 연휴에 고향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인데 가족들이 ‘MZ 세대’를 언급하며 젊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일반화해 지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MZ 세대 신조어를 연결하는 것이 큰 스트레스”라며 하소연했다. 이어 어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고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 구인ㆍ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서 성인남녀 약 25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계획에 대해 설문했다. 조사 결과, 2명 중 1명이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단기간에 용돈을 벌기 위해서’가 38.3%로 가장 높았고, ‘연휴 동안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가 23.9%, ‘최근 고물가, 지출 부담으로 인해 추가 수입이 필요해서’가 20.1% 순이었다.  또한 통계적으로 이번 추석 기간 고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답한 성인남녀는 44.9%로, 지난 설 연휴에 비해 7.0% 이상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 강모씨(27)는 “꼭 연휴가 아니더라도 가족을 보러 올라가려면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자취하면서 돈을 써야 할 때가 많은데 최근에 물가가 너무 올라서 제대로 된 끼니를 때우는 것도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 병행의 힘듦을 토로하며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미디어 노출 영향력

최근 숏츠나 릴스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서 MZ 세대의 예의 없고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꼬집어 풍자하고 과장해서 재미를 표현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제는 ‘MZ 세대’라는 새로운 세대 기준점이 생겨나면서 세대 갈등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X 세대’와 ‘MZ 세대’가 상충하자 세대에 따른 갈라치기가 일상이 되고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해지고 있다.

양해나(행정학과 1)씨는 “시대가 변하면서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추석이라고 무조건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강요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연휴에 자기 계발을 위해 자격증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정모(직장인 43)씨는 “최근에 배달, 밀키트를 활용해 추석 차례 문화가 변하고 연휴 내내 가족과 함께하지 않는 20대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고유한 문화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변화하는 모습에 나름대로 스트레스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직장에서 조금이라도 신입사원들에게 조언하면 꼰대 소리 들을 것 같아 매사에 정말 노력하고 있다. 세대를 구분 짓는 새로운 신조어들이 사회를 망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심정을 전했다.

모든 것은 과도한 일반화 탓

그러나 모든 MZ와 X 세대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윤소정(언론홍보학과 1)씨는 “1년에 한 번뿐인 추석 연휴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어서 가족들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MZ라고 전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세대를 구분 짓고 많은 사람이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탓에 더 세대 갈등이 깊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모(직장인 49)씨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워낙 바쁘니 딸에게도 무조건 내려오라고 말하기가 힘들다”며 “얼마나 생활하기가 힘들면 연휴에도 일을 할까, 싶다가도 괘씸해서 얼굴 한 번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답했다.

타인의 욕구 파악 중요성

MZ 세대가 언급되는 뉴스 기사를 검색하면 하루에도 300개가 넘는 양의 기사가 뜬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X 세대는 자신이 꼰대라고 불릴 줄 알았을까. MZ 세대는 신세대 젊은이들로 영원히 남을 수 있을까. . 

지난 2020년 3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최강1교시’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깊어지는 세대 갈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있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을 동질적이라고 판단하게 되면 자신과 타인의 생각이 항상 같아야 한다고 쉽게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간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상대방의 욕구를 이해해야 그 사람의 다음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욕구는 인식할 수 있는 부분 외에 다른 숨은 측면이 많을 것이라며 인간의 욕구는 미묘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끝으로 단순히 세대 간 문화 차이를 들여다보는 피상적인 측면이 아니라 인간의 욕구를 파악함으로써 세대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