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암울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하나는 기후 위기다. 지난여름 지구촌은 그야말로 펄펄 끓었다. 7월 1~23일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은 16.95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았다.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지속됐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43도 이상 폭염으로 사막식물인 선인장마저 말라 죽었다.

남극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다. 현재 남극 해빙의 양은 1980년대 이후 최악일 때보다 20% 정도 적다고 보고됐다. 겨울 블리자드(눈보라)가 몰아쳐야 하는데 비가 내리고 있다. 지구 전체 얼음의 약 97%가 극지방에 몰려있고, 그 중 86%가 남극에 존재한다. 남극 얼음이 녹는 만큼 해수면은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해수면 상승과 대규모 지하수 개발 등으로 수도인 자카르타가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수도 이전까지 추진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지구 열대화 시대가 왔다”며 “대기는 숨쉬기 어려운 상태이며 더위는 견디기 힘든 정도”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전국을 강타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제주 해안 저지대는 물에 잠기고 있다. 산방산 용머리해안 탐방로만 해도 과거 밀물 때도 수면보다 높았지만 2016년 이후 침수에 따른 출입 통제 일수가 연중 최대 302일에 달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 용머리 해안 관람 통제를 안내하는 전광판이 설치됐다.

다른 문제는 저출산이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지난해 0.75명보다 0.05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다.

제주지역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사상 처음 0.7명대로 떨어졌다. 2017년 5037명이던 도내 출생아 수가 지난해 3599명까지 줄어들면서 인구 소멸 시계가 빨라졌다. 인구 자연증가는 2017년 1299명에서 2022년 -1204명으로 뒤집혔다. 데드 크로스에 가속이 붙었다.

2006년 세계적인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유엔 인구포럼에서 내놓은, 한국이 인구 소멸로 사라지는 최초 국가가 될 것이란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콜먼 교수는 “한국에 올 때마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실이 놀랍다”며 경악했다. 콜먼 교수는 “(한국은)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여성의 교육ㆍ사회 진출이 확대됐지만 가부장제와 가족중심주의가 계속되고 있다. 교육 격차는 줄어들고 있으나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게 존재한다. 과도한 업무 문화와 입시 과열 등 교육환경도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저출산에 초고령화가 겹친 인구 재앙이 도래했다. 국가 존립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제 기후 위기와 인구 소멸은 불안을 넘어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기후 및 인구 정책 전반에 대전환이 요구된다.

미래 세대인 젊은이들의 관련 정책 결정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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