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지 경영정보학과 2
강명지 경영정보학과 2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쨍쨍한 햇볕에 살이 타는 느낌, 몸에서 땀이 나오는 찝찝함을 싫어한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여름이 싫어서 외출하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20살이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름에도 외출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군말 없이 집 밖을 나섰다. 작년 여름, 올해 여름도 똑같은 일상을 보냈다.

문득 생각해 보니 작년과 올해의 여름은 싫은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여름이 싫어서 밖을 나서지 않았지만, 의무적으로 외출한 여름은 몹시 싱그러운 계절이었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에 일부러 산책하러 나가고 싶어 했다. 바다에서 발을 담그고 시원함을 느꼈다. 풀과 나무가 우거진 수목원을 찾아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구경했다. 고등학생 이전보다 즐긴 것이 많은 대학생의 여름이었다.

그동안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고 결론짓고 즐기려 하지 않았다.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즐거움을 얻을 기회를 놓치고 있던 것이다. 싫어하는 것은 여름뿐만이 아니다. 음식 남기기, 생각이 많은 것도 싫어한다. 음식 남기는 것을 싫어해서 배부른데 억지로 음식을 먹으려 했다. 배부른 나의 상태보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미련이 커서 빈 접시가 되도록 항상 배부르게 먹었다. 이런 습관은 건강에 무리를 줬고 그에 대한 스트레스는 자신에게 돌아왔다. 나는 적당히 먹기를 연습했고 평상시에도 반복했다. 지금은 음식을 일정량으로 소분해서 보관하고 먹을 만큼 덜어서 먹는다. 이러한 습관으로 건강도 좋아졌고 음식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어서 음식 남기는 것에 대한 싫어함을 버릴 수 있었다.

옛날부터 나는 생각이 많았다. 얕은 생각, 깊은 생각, 잡생각 등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 생각이 많은 것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생각은 나의 감정 기복, 행동에 큰 영향을 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찾게 된 방법은 이동 수단인 버스에서 가사 없는 노래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가사 없는 노래는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고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하다 보면 머릿속을 차분하게 비울 수 있었다.

내가 ‘싫어한다’라고 결론지은 것을 조금씩 건드리다 보니 ‘좋다’는 쪽으로 바뀐다. 가끔은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