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인구 소멸 사태
대학 인기도서는 ‘전공도서’
독서욕 부르는 굿즈 마케팅
요즘 세대 책 장벽 낮춰

제법 쌀쌀해진 공기와 맑게 갠 하늘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 나게 한다.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가을을 맞이한 도서관은 각종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서점은 가을을 이용해 마케팅한다. 

‘독서인구’란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독서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한 권의 책을 완독하지 않고도, 그 책의 문장 단 한 줄만이라도 읽으면 ‘독서인구’에 포함되는 것이다.

2013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발표에 따르면, 무려 62.4%에 육박하던 독서 인구수는 2021년 결과에서 45.6%의 수치로 폭풍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의 구간일 것만 같던 50%의 벽은 가뿐히 깨지고 말았다. 아마 2023년의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분명 이보다 훨씬 처참할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영상매체의 급격한 발달로 해마다 종이책을 찾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당장 학교 도서관에 가봐도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들은 있어도 책 읽고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 대학 도서관 ‘인기도서’로 보는 트렌드

우리 학교의 인기도서 대출 목록을 훑어보면, 전공서 및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빌린 도서가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단지 수업 자료를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의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찾는 학생은 드물어 보인다.

‘책맹’은 ‘문해맹’으로 가는 지름길

유명 영화 평론가가 ‘명징’과 ‘직조’라는 어휘를 평론에 사용해 논란에 휩싸인 일화가 있었다. 지난해 세간을 소란스럽게 만든 ‘심심한 사과’ 사건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낯선 단어가 나오면, 자신의 어휘력 부족을 탓하기보다는 자기가 모르는 단어를 쓴다는 것만으로 상대방이 잘난 척을 한다고 여기며, 멀쩡한 사람을 쓸데없이 진지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독서는 풍부한 어휘력 습득은 물론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초적인 수단이다. ‘책맹’은 ‘문해맹’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업ㆍ취업의 이유로, 직장에 다니는 사회인들운 생업을 이유로 독서 본래의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부터, 도대체 왜 손에 책을 쥐지 않게 된 것인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조사(2021)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2013년 이후로 10년 동안 매우 빠르게 감소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2012년 스마트폰 보급률 1위를 차지한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 사용도와 독서율의 하락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며 독서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확연히 줄었다.

문체부에서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조사(2021)에 따르면, 성인 기준 독서 장애요인으로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 이용’이 29.1%를, ‘일ㆍ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가 27.7%를, ‘다른 여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가 11.9%로 꼽혔다. 많은 사람이 독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보는 인터넷, 유튜브가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에 충분하다며 독서해야만 하는 의미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학생들에게 ‘책’이라는 것은 어릴 적부터 학습된 부정적 경험의 일환이기도 했다. 문체부에서 실시한 ‘독자 개발 연구 보고서’(2018)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부정적 독서 경험의 내용으로 ‘과제 또는 시험 연계 독후감’이 14.6%를, ‘독서 강요’가 13.1%의 수치로 나타났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을 받고 자란 학생들에게 독서라는 활동은 단지 숙제ㆍ과제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들은 말인 “책을 읽어야 한다”와 같은 강제성을 띠고 상투적인 말 탓에 학생들이 책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비춰보기에 충분한 이유가 돼버렸다. 학생들에게 책이 갖는 의미는 숙제이자 스트레스 그 자체이기도 하다.

스크롤 말고 책 넘기게 하는 전략

먼저 ‘도서 굿즈 마케팅’을 활용한 전략이다. 실제로 ‘알라딘’ 서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고전 도서를 활용한 굿즈 상품들이 이목을 끈다.

도서 분류 옆에 따로 ‘알라딘굿즈’라는 카테고리의 자리가 있을 정도로, 고전의 유명 구절을 인용한 프린팅이 있는 △독서대 △책갈피 △머그잔 △우산 등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기도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도서를 구입하면 사은품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출판사 ‘민음사’ 역시 ‘민음 BOOK SHOP’이라는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이 있다. 이런 아기자기하고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도서 굿즈들은 특히 요즘 세대들에게 책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혼자가 아닌 다 함께 읽자’다. 학내 독서동아리나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 더 나아가 전국 각지의 다양한 연령층들과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북클럽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혼자 앉아서 책을 읽자니 집중도 안 될뿐더러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러 사람과 동일한 책을 읽고, 책 속의 논쟁거리를 가지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 꾸준히 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도서의 가격을 낮추고, 휴대성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외국 도서를 보면 하드커버는 없고 재생 종이를 사용해 만들어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책이 대다수지만, 우리나라의 책은 대부분 하드커버 위에 이중 커버를 씌우며 결국에는 쓰레기가 될 띠지를 두르고 만질만질한 종이를 쓴다.

어떤 형태로든 코팅이 되지 않은 책을 찾기 힘들다. 저렴하고 가벼운 재생 종이를 사용해 책값도 내리고, 휴대하기 좋게 만들면 어디서든 종이책을 즐길 수 있다. 출판기업들 역시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 출판을 뜻하는 ‘에코 퍼블리싱’을 고려 중인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 학교는 책 읽기 좋은 공간?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 가면 ‘책 읽는 제주대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곳에는 ‘제주대 도서관에서는 책 읽는 제주대학교의 모습을 위해 매주 아침 독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매주 한 권의 책을 선정해 그 도서에 대한 정보와 오디오북을 통해 요약된 내용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와 더불 ‘아침 독서’라는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신간 도서를 간략하게 정리한 요약 콘텐츠를 매주 1회 알림톡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달의 추천 도서 역시 매월 갱신되고 있다.

다가오는 10월 13일에 중앙디지털도서관에서 ‘2023 시끌벅적 도서관-독서 미식회룏와 같은 북토크도 진행돼 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장벽을 낮추고자 하는 노력이 보인다.

봄ㆍ여름ㆍ겨울도 ‘독서의 계절’

언제부터인지 독서는 철 지나고 고지식한 취미활동으로 비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책을 들고 독서를 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대중교통에서 책 읽고 있는 사람을 똑똑한 척, 잘난 척한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문구도 이제는 옛말이다. 춘하추동 모두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학업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놓기에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틈틈이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아침에 눈을 뜨고 곧장 스마트폰을 켜 밤새 온 메시지들을 확인할 시간에 우리는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지루하고 긴 이동시간에 스마트폰으로 허송세월 날려버리는 시간을 모아 책을 읽을 수도 있다.

‘한 달에 딱 한 권이라도 읽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독서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가을에는 한 권의 책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 속으로 떠나본다든지, 나와 책 단둘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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