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등재 신청서 최종 보완 후 11월 말 제출
유네스코, 세계의 기록유산은 인류 모두의 소유물

제주4ㆍ3발생 한달 만인 1948년 5월 한라산 중산간지대로 피신한 어린이들. 군ㆍ경 토벌대의 무차별 양민 검거와 학살을 피해 어린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산 속으로 피난을 갔다. 제주4ㆍ3평화재단 제공
제주4ㆍ3발생 한달 만인 1948년 5월 한라산 중산간지대로 피신한 어린이들. 군ㆍ경 토벌대의 무차별 양민 검거와 학살을 피해 어린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산 속으로 피난을 갔다. 제주4ㆍ3평화재단 제공

제주4ㆍ3기록물의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2025년 5월에 결정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ㆍ3평화재단은 제주4ㆍ3기록물이 지난 10월 23일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등재 신청 대상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문화재청과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는 지난 8월 제주4ㆍ3기록물 등재 신청 관련, 재심의를 열고 조건부 가결을 결정한 바 있다. 사실상 가결은 됐지만, 등재 신청서에 대한 충실한 영문 번역이 필요하다는 ‘조건부’가 붙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제주4ㆍ3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역사적 배경과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이해하지만, 정작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어 등재 신청서에 제주4ㆍ3의 중요성과 기록물 보존 필요성에 대해 단순한 한글의 영어 번역이 아닌, 전문적이고 세밀한 영문 번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었다.

제주도는 제주4ㆍ3기록물이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됨에 따라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문화재청, 4ㆍ3평화재단과 협업해 등재 신청서를 최종 보완하고, 오는 11월 30일까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종 등재 여부는 2025년 5월에 열리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결정도니다.

문화재청은 4ㆍ3기록물 등재신청서에 ‘제주4ㆍ3의 세계사적인 가치’를 담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4ㆍ3기록물은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국가폭력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당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간 반목을 딛고 화해와 상생으로 과거사 사건을 극복한 모범 사례를 전 인류가 보편적으로 인정할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제주도와 4ㆍ3평화재단은 제주4ㆍ3의 극복 과정은 국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주도한 화해ㆍ상생이 국가폭력을 극복한 모범 사례인 점을 들고 보완작업을 벌여왔다. 

1948년 제주4ㆍ3이 발생한 이후 70년이 넘도록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마을에 살면서도 보복과 원망 대신 화해와 상생으로 지역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주도민들의 자발적인 화해ㆍ상생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제주4ㆍ3기록물이 세계인의 역사이자, 기록으로 확고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제주4ㆍ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은 제주도와 제주4ㆍ3평화재단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기관은 지난 6년간 4ㆍ3기록물 수집과 목록화, 심포지엄, 전문가 검토 등을 통해 등재 추진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제주4ㆍ3기록물은 4ㆍ3사건 당시 생산된 기록물(미군정ㆍ수형인명부ㆍ재판 기록), 사건의 진실 기록(희생자 및 유족의 증언)과 민간과 정부의 진상규명 기록 등을 담은 기록물로서 문서, 편지, 오디오ㆍ비디오 테이프, 영상, 도서 등의 자료 1만7000여 건으로 구성됐다.

기록물들은 국가기록원과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제주4ㆍ3평화재단 등에 보관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국가마다 2건까지만 신청할 수 있다. 유네스코는 진정성ㆍ독창성ㆍ비대체성ㆍ희귀성ㆍ원형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 세계기록유산을 최종 결정한다. 

세계기록유산은 전 세계 84개국 432건이 등재됐다. 우리나라는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판, 직지심체요절, 난중일기 등 16건이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기록유산의 세계적 가치를 보면 동의보감(2009년)은 ‘국가가 주도한 세계 최초의 공중보건의서’로, 5ㆍ18민주화운동기록물(2011년)은 ‘동아시아 민주화운동에 영향을 준 사례’로 꼽혔다. 또한 새마을운동기록물(2013년)은 ‘근대화 모델로 18개국에서 157개 사업 진행’을, 조선통신사 기록(2017년)은 ‘전쟁 재발방지를 넘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조선과 일본의 평화와 우호의 상징’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네스코는 1992년 세계의 기록유산은 인류 모두의 소유물로 미래세대에 전수될 수 있도록 세계기록유산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1992년 내전으로 사라예보에 있던 보스니아국립도서관 장서 150만권이 훼손돼 인류 역사의 한 장이 연기 속으로 사라지면서 그 필요성을 더욱 인정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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