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은 주로 미국에서 기괴한 복장과 분장으로 즐기는 축제이다. 매년 10월 말 성인 대축일 전날 죽은 사람의 영혼이 돌아온다고 여기는 고대 켈트족의 삼하인(Samhain)에서 유래했다. 삼하인은 켈트족의 달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이자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날로, 켈트족은 이날 죽은 영혼들이 돌아온다고 믿었다. 핼러윈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쫓기 위해 기괴한 의상으로 퍼레이드를 하거나 즐기며, 어린이들은 유령이나 마녀 또는 각자의 개성을 살린 무서운 분장을 하고 ‘잭 오 랜턴’이라는 이름의 호박등을 켜놓은 집에 찾아가 사탕을 받는다. 

핼러윈은 미국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로 시즌 이벤트 등을 통해 유통업체ㆍ숙박업소ㆍ게임업계 등이 특수를 맞는다. 핼러윈은 고도로 상업화된 축제가 되었고, 축제가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세계적으로 전파되었다.  그 영향으로 현대에는 핼러윈과 상관없어 보이는 듯한 천사, 만화 캐릭터, 각종 직업 제복 등 다양한 분장으로 축제를 즐긴다.

이 핼러윈이 우리 젊은이들이 즐기는 축제로 자리 잡았고, 이태원이나 홍대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이태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대표 지역이었다. 

작년 10월 29일, 이태원은 주말을 끼고 핼러윈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이태원의 좁고 경사진 골목에서 밀집된 인파 속 사람이 넘어지면서 도미노처럼 연쇄 효과가 일어나 159명이 압사했고, 약 196명이 부상을 당했다. 159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해결된 것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길을 걷다 159명이라는 소중한 젊음이 사그러든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미흡한 현장 대응과 정부와 지자체의 부실 대책으로 인한 명백한 죽음 앞에서 혹자는 개인의 책임을 논하고, 혹자는 막을 수 없는 재난이라고 강변한다. 

아직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재발 방지와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여당은 난색을 보이며, 대신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 관리 책임을 지자체에 부여하는 내용의 재난안전법을 처리하자고 야당을 압박한다. 짐작하기도 어려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유가족들은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정하게 처벌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더는 안전하지 않은 나라, 각자도생의 나라라는 참담하고 부끄러운 감정은 오롯이 국민 몫으로 남아 있다.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 것일까. 쇼핑하다 건물이 무너진 삼풍백화점, 출근 또는 통학하다 다리가 무너진 성수대교, 수학여행을 가다 대형 선박이 가라앉은 세월호 등 대형 참사는 재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였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던 인재였다. 인재라면 마땅히 책임지는 사람이 있고, 향후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마땅하다.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한다고 해서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재난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안전한 사회 구현은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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