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停戰)’의 의미
다시 되새길 때

전쟁의 아픈 역사
기억하며

이정원 사회학 박사 언론홍보학과 98학번
이정원 사회학 박사 언론홍보학과 98학번

2023년도가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올해를 돌아보며 기억해야 할 ‘그날’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1953년 7월 27일. 비로소 한반도에 총성이 멈췄다.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약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정전협정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중공 인민 지원군 사령관이 참여한 가운데 판문점에서 체결됐다. 전쟁의 정지와 평화적 해결이 있을 때까지 적대 행위와 모든 무장 행동을 정지시키기 위해 단행됐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올해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았다. 많은 이들이 정전 협정일을 잘 모르고 지나친다. 70주년인 올해 전국에서 다양한 행사가 치러졌지만 비교적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쟁 발발 만큼 정전 협정의 의미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정전(停戰)’, 말 그대로 전쟁이 ‘일시 멈춘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기에 정전협정 70주년을 기억하며, 다시는 전쟁의 아픔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실현하는데 계속 관심갖고 노력해야 한다.

70주년을 맞아 JIBS제주방송이 뜻 깊은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참여했다. <6ㆍ25정전 7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영화 속 제주평화기행>을 공동 기획해 방송했다. FM특별기획 20분물 총 20부작으로 구성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작 지원을 해 의미가 더 컸다.

유명 관광지인 제주는 오랜 시간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촬영지에 담긴 한국전쟁, 제주4ㆍ3, 일제강점기 등의 아픈 역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프로그램에서는 제주를 찍은 드라마와 영화를 소개하면서 유명 관광지 및 촬영지에 숨겨진 아픈 역사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를 통해 정전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의 교훈과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했다.

K-드라마 한류의 서막을 알린 <대장금>의 대표 촬영지는 대정 송악산이다. 드라마 마지막 54부 장면이 송악산 근처 한 동굴에서 촬영됐다. 송악산은 드라마 이전에 인근에 있는 알뜨르 비행장과 섯알오름, 백조일손지묘 등으로 기억돼야 할 곳이다. 한국 전쟁의 아픔과 부조리, 억울한 희생의 통곡이 스며들어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알뜨르 비행장을 군용 비행장으로 건설했다. 비행장 일대에 섯알오름이 있는데, 일제강점기 때 탄약고로 이용했던 곳이다. 한국전쟁 때에는 예비검속된 사람들이 비밀리에 처형된 장소다. 학살 이후 정권의 통제로 오랜 시간 수습되지 못한 132구의 시신이 백조일손지묘에 묻혔다.

2022년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우리들의 블루스> 역시 대정 ‘모슬포 중앙시장’과 ‘모슬포항’ 등에서 찍었다. 드라마로 만나는 모슬포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이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한국전쟁의 아픔이 서려있다. 대표적인 곳이 마을 관문에 있는 ‘육군 제1훈련소’다. 정부가 전선에 안정적으로 병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장병들을 훈련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1951년 3월 대구의 제25연대를 대정읍 모슬포로 옮겨 육군 제1훈련소를 설치했다. 이후 훈련소는 1956년 문을 닫을 때 까지 50만 장병을 육성, 서울 재탈환을 비롯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훈련소는 한국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교훈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유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아신전>은 남원읍 머체왓 숲길에서 촬영했다. 숲길은 머체오름 동쪽 일대를 걷는 코스다. 4ㆍ3 이전에는 오름 주변에 화전농(火田農)을 하는 사람들이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하지만 4ㆍ3으로 마을이 없어지는 비극을 맞았다. 

이렇듯 제주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하면 주요 관광지 명소 등에서 전쟁의 아픈 이야기와 교훈, 평화의 소중함을 얻을 수 있다. 혹시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정전협정 70주년을 주제로 코스를 마련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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