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4’는 완벽한 인간형을 ‘육각형 인간’으로 명명했다. 육각형 이미지로 비교와 분석에 활용되는 헥사곤 그래프에서 모든 기준 축이 꽉 차면 완벽한 정육각형이 되는 탓에 육각형은 완벽이란 의미로 쓰이는 데서 착안한 작명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외모와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특기 등 모든 면에서 약점이 없는, 완벽한 ‘최고의 자아’를 선망한다고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가 분석하길, 육각형 인간은 아무나 같은 육각형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노력으론 이루기 힘든 기준을 내세우는 ‘담쌓기’, 육각형 인간임을 증명하고자 모든 가치를 돈과 숫자로 평가하는 ‘수치화하기’, 육각형 인간이 되기 어렵다는 불편한 현실을 게임처럼 희화화해 가볍게 웃어넘기는 ‘육각형 놀이’에 몰두한다. 

이들에게 과거 ‘고진감래의 서사’나 ‘개천에서 용이 나는 흙수저 신화’ 콘텐츠는 인기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주인공, 데뷔 때부터 모든 걸 갖춘 완성형 아이돌을 좋아한다. 특히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육각형 인간 트렌드는 완벽을 지향하는 사회적 압박을 견뎌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활력이자 절망이면서 하나의 놀이”라며 “‘나 오늘부터 갓생(god+生)을 살 거야’ 하는 하나의 놀이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한국 사회가 가진 계층 고착화란 사회적 문제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젊은이들의 육각형 인간 트렌드에 저출산 해법의 실마리가 숨어있을지 모른다. 2030 세대들은 육각형 놀이를 하든, 수치화를 하든, 담을 쌓든, 사회에서 기회 구조적으로 차별을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대다수 젊은이는 노력하면 성공과 행복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갓생과 함께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사이를 오간다. 두 단어는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아등바등 살 것인가’, ‘삶의 주도권을 갖고 살 것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 혹독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결이 같다.

이 때문에 2030 세대에게 결혼이나 출산은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의 선택지에서 가정을 꾸리는 과정은 자꾸만 제외된다. 그 결과가 바로 전국 합계출산율 0.78명(지난해 기준) 시대다. 제주지역 합계출산율도 0.92명으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저출생은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하나의 시그널이다. 

주거와 육아, 일과 가정 양립, 교육 등에 대한 기성세대의 단편적이고 고답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 2030 세대를 향해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어른의 시각으로는 더더욱 해결하기 어렵다. 결코 갓생을 살 수 없는 이 땅의 무수한 젊은이들이 왜 육각형 인간이란 트렌드를 좇고 있는지 그 이유와 배경에서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저출산에는 우리 사회의 교육 수준과 경제 참여, 사교육 열풍 등 온갖 모순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오늘 하루(올해 1일 평균) 9명이 태어나는 동안 13명이 사망했다. 내일 눈을 뜨면 제주 인구 4명이 또 줄어들 것이다. 제주가 소멸을 향해 점점 작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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