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3에서 미국의 역할은
반드시 규명 필요
4ㆍ3과 관련한
국제면에도 관심 가지길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ㆍ법학과 91학번ㆍ1997년 총학생회장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ㆍ법학과 91학번ㆍ1997년 총학생회장

‘잠깐 휴전’ 소식에 안도한다. 휴전이 다시 개전이 아닌 평화가 되기를 세계인들은 바라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은 여성, 아동을 비롯해 수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을 발생시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면 기사를 보면 이러한 전쟁 국면에 등장하는 국가가 있다. 미국이다. 미국의 입장에 따라 전쟁이 증폭되기도, 중단되기도 한다.

 4ㆍ3 당시 제주에게 미국이란?

4ㆍ3에서 미국의 역할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다. 3만의 희생을 낳은 4ㆍ3 과정 중 일부는 미군정 시기다. 1948년 8월 이승만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후에도 사실상의 군사작전은 미국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실제 4ㆍ3 당시 미군정은 제주도에서 5ㆍ10선거가 무산되자 미 6사단 광주주둔 제20연대장 브라운 대령을 제주지구 미군사령관으로 파견했고, 모든 진압작전을 지휘, 통솔하도록 했다. 당시 딘 군정장관의 특명을 받은 브라운 대령은 제주도에 온 후 “제주사태의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라 말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동안 4ㆍ3에 대한 미국 책임론은 학생사회와 4ㆍ3 및 시민사회의 주장이었다. 

2000년 4ㆍ3특별법 제정 이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에서 미국 문제는 당장 급한 문제는 아니었다. 4ㆍ3진상보고서 채택,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국가 추념일 지정 등에 집중해 완벽하진 않지만 하나씩 성과를 이뤄냈다. 

미국 책임규명, 민간에서 공공으로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에 대한 책임규명 운동이 있어왔다. 그러다 대중화된 것은 4ㆍ3 70주년이던 2018년이다. 4ㆍ3희생자유족회, 4ㆍ3기념사업위원회, 4ㆍ3범국민위원회 등은 1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서명을 받아 미대사관에 전달했다. 4ㆍ3평화재단 등은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서 4ㆍ3에 대한 미국 관련 심포지엄 등을 개최해 왔다. 

미국 책임 규명 이슈는 민간의 목소리에서 공적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제주도의회 4ㆍ3특별위원회가 먼저 나섰다. 제주도의회 4ㆍ3특위는 올해 4월 미국의 책임있는 조치 등을 촉구하는 도의회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회도 나서고 있다. 위성곤 국회의원은 44명의 국회의원 서명을 받아 <제주4ㆍ3 문제의 국제적 해결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와 아메리카합중국의 공동조사와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국회차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관련 법률안도 제출됐다. 양정숙 국회의원은 지난 6월 4ㆍ3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가 제주4ㆍ3의 진상규명 등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 및 국제기구와의 교섭 등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국내 및 국제사회에서 제주4ㆍ3에 관한 교육과 홍보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의무”를 담았다.

오영훈 도지사 역시 2023년 제주포럼 등에서 “4ㆍ3사건이 미군정 시기에 진행됐기 때문에 추가 진상조사를 통해 미국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소재를 밝혀야 한다”며 “4ㆍ3평화재단을 비롯한 연구기관에서 관련된 추가 진상조사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은 미진하지만 방향성은 제시됐다.

여전히 4ㆍ3에 대한 미국의 책임규명은 75년을 맞이하는 지금에도 ‘미완의 역사’다. 

몇 년 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의회를 찾은 적이 있다. 당시 미의회 관계자는 “4ㆍ3 같은 사례가 미국사회에서 규명되려면 50년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를 하루라도 더 앞당기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대학교는 올해 4ㆍ3융합전공 과정을 개설했다. 다음 세대에 4ㆍ3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4ㆍ3 학술분야 활성화 과정에서 4ㆍ3과 관련한 ‘국제면’에도 관심 가져 줄 것을 당부한다.

이제 다시 미국에게 물어야 한다. 4ㆍ3 학살에 대한 책임은 무엇인지, 한반도에서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애쓴게 맞는지에 대해서 살펴야 한다. 

이를 불가역적인 ‘팩트’로 밝혀내는 일은 ‘반미(反米)’가 아니라 ‘지미(知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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