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순수학문을 지향하는 ‘상아탑’으로 불리는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난한 농촌에서는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농사에 필수적인 소까지 팔아서 학비를 대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으로 불리기도 했다.

1990년대 대학설립 준칙주의로 대학 정원 자율화와 대학설립 규제가 완화되었고, 이 영향으로 대학과 대학생 수는 몇 배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2008년 83.8%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내려오고 있지만, 2020년 70.4%로 여전히 높다. 최근 저출생으로 인해 대학 입학 가능 자원이 대학 정원보다 더 적어지고 있고, 지방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통폐합 등 자구 조치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벚꽃 엔딩’은 이제 자조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취업 사관학교로 인식될 정도로 입사 자격 획득을 위한 통과의례가 되었다. 대학이 과잉 공급되면서 기업들 역시 단순노무직이 아닌 한 입사 자격을 대졸 이상으로 제한한다. 입사 자격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 복리후생, 고용 안정성, 평균임금 등에서 고졸과 대졸의 처우 차이가 워낙 커서 어쩔 수 없이 대학에 진학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국가장학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비싼 등록금과 과잉 공급된 대학의 질적 저하에도 불구하고 4년이라는 시간을 반강제적으로 투자하여야 한다.

우리는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고3병은 대학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사회의 특유한 질병이고, 이는 대학 진학 후의 상실감과 연결된다. 대학 입시가 치열한 국가일수록 대학 진학 후 휴학과 자퇴 비율이 높다. 단순히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선택한 학과에 대한 낮은 만족도, 서열화된 대학 순위에서 현재 위치에 대한 불만족이 대학 진학 후의 방황을 낳는다. 이는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불행을 넘어 인재가 곧 자산인 우리 사회의 불행으로 귀결된다.

우리 젊은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대학의 지원제도는 학생들이 잘 들여다보면 유용한 지원책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는 것 같다. 견문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국가와 맺은 교환학생 프로그램, 자아를 파악하고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취업과 연계한 인턴십 과정 등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예전에 비해 훨씬 넓어졌다. 

우리 학생들이 견문을 넓히고 자기 계발을 하고, 순수한 의미의 학문을 탐구하는 본래의 대학 생활을 즐겼으면 한다. 다양한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이론을 습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단지 취업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면을 바라보는 탐구, 단지 안정적 직업의 추구가 아니라 다소 위험 요소가 있더라도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부디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지를 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학은 열린 공간이고, 그 공간에 무엇을 그릴 것인가는 온전히 대학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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