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민담 / 이석범 / 살림 / 2016

제주 BOOK카페 <34>

마을지를 보게 되면 뒤쪽에 주로 실리는 마을 민담을 유심히 살피곤 한다. 설촌유래와 연관된 이야기, 인물에 대한 이야기 등이 그 마을의 이야기로 전해오는 것을 보면 흥미롭다. 그 마을 민담 중에서 제주도 전체에 퍼져 있는 게 바로 ‘제주 민담’일 것이다.

마을에 남아있는 이야기 중에는 아직 책으로 엮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꽤 있다. 그리고 마을지에 실리지 못한 마을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전승할 세대가 이제 거의 끊길 시기이기에 서둘러 제주의 마을 이야기를 채록할 필요가 있다.

애월읍 수산리에서 마을 이야기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초고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오류도 문제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이야기들을 언급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수산리는 제주도에서 흔치않은 수몰된 마을 이야기다. 만약에 우리가 제주도의 마을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는다면 제주도를 물에 잠기게 하는 것과 같다.

민담으로 이 섬의 특성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오돌또기’는 섬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표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이야기만으로도 제주(탐라)가 오키나와(유구)와 베트남(안남)과의 교류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칠성부군’은 뱀을 섬기는 신앙으로 구전된 이야기다. 표선면 토산리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전해온다. 제주 관련 책을 보다 보면 뱀은 곧 별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상무역을 했던 탐라는 별을 보며 항해를 했다. 별(뱀)은 미래에 대한 염원이 되기에 충분하다. 

물론 민담의 보편성을 둔 이야기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도덕성을 기반으로 한 ‘두루붕이 형제’만 봐도 그렇다. 바보 형과 아시의 우애를 보여준다. 

제주어 사전처럼 제주 민담 사전이 있으면 좋겠다. 마을의 민담을 정리한 목록이 있다면 그 이야기들의 흐름을 파악하기 좋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설화는 결말을 예상하게 되는데, 민담 중에서 뜻밖의 결말을 내는 것도 있어 민담은 설화 중에서도 가장 서민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장삼이사’의 마음이 들어있다. 조선시대에는 저잣거리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채집하는 관리가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이석범은 소설가다. 이 책은 ‘제주 신화’, ‘제주 전설’, ‘제주 민담’을 여덟 권으로 묶어 ‘탐라유사’라 지었다. 그럼에도 아직 엮지 못한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이제 그 이야기를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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