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이번 2023년도 제43회 백록학술상에 응모한 논문은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3편이다. 논문 주제 역시 다양했다. 심사하며 뿌듯함에 더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제주 4ㆍ3이나 제2공항 개발 같은 지역사회의 아픈 역사와 갈등 문제뿐만 아니라 IB 교육 도입, 오버투어리즘의 현황분석, 2023 서울 국제도서전과 베이징 국제도서전 비교, 혐오 표현 고찰,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정권변화에 따른 통일 교육, 공동사회로의 회귀, 능력주의 대안 모색 등 다채롭고 풍성했다. 이는 졸업 논문 제도가 있는 학과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느덧 백록학술상이 대학에서 자리 잡음에 따라 이젠 대학원뿐만 아니라 학부에서도 조사 연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논문화하는 풍토가 보편화한 덕분이라 여겨진다. 

이번에 응모한 논문들은 주제 선정부터 선행연구 고찰, 조사방법, 분석과 정리, 결론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연구물이 많았다. 특히 “포용적 기억문화 형성을 위한 다원적 역사교육 탐색”과 “제주 제2공항 개발 속 임차농에 관한 연구” 두 편이 돋보였다. “<4ㆍ3평화기념관>과 <4ㆍ3어린이체험관> 전시 분석을 중심으로 포용적 기억문화 형성을 위한 다원적 역사교육 탐색”은 제주 4ㆍ3기념관과 체험관이 얼마나 포용적 기억문화를 형성하고 있는지 분석하여, 전시 구성을 통한 다원적 역사교육을 모색했다. 결론에서 4ㆍ3 전시관과 체험관은 실질적으로 포용적 기억문화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어린이들이 제주 4ㆍ3을 다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에서 평소 다루지 못하는 역사 교육적 이슈에 대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전문성 있게 협업하여 풀어갔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성산 지역을 중심으로 제주 제2공항 개발 속 임차농에 관한 연구”는 법 제도 틈새 속에서 비가시화되어 온 ‘임차농’을 다루었다. ‘임차농들’은 ‘농지법’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제적 약자로 ‘제2공항 개발’ 때문에 농사지을 땅을 잃어버릴 위기에 있다. 이 논문에서는 ‘제2공항 개발’이라는 논쟁 속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임차농’들이 직접 겪고 있는 문제점을 밝혀내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조사 대상자 규모와 범위 면에서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법적, 경제적 약자, 소외계층 관심과 대안 제시라는 차원에서 대학사회 지성인의 학문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 논문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으로 보인다. 좀 더 고찰하고 심층 조사한 뒤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하는 과제로 여겨진다. 

“IB 교육 도입과 지역사회 발전의 상관관계” 연구는 IB 교육 도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표선리 주민과 표선중학교 학부모 대상으로 표선리 인구 유입과 IB 교육 도입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고 분석했다. 결론에서 표선리에 IB 교육을 도입한 이후 인구가 늘어나면서 생활 편의시설이 증가했고, 주민 복지가 증진됨으로써 생활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주장했다.

“오버투어리즘의 현황분석을 통한 지속 가능한 관광 방안 모색” 에서는 제주 구좌읍 월정리를 중심으로 오버투어리즘을 넘어 제주의 지속 가능한 관광 방안을 모색했다. 구좌읍 월정리 주민들과 이장, 공무원, 관광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관광산업 인식을 조사한 후 관광산업 발생 문제를 다방면에서 분석하고 대안 제시했다. 

“다랑쉬 마을을 중심으로 제주 4ㆍ3 당시 잃어버린 마을의 관광자원 활성화 방안 모색” 은 제주 4ㆍ3 유적지 사업과 다크투어리즘 현황, 다랑쉬마을과 다랑쉬굴 유적지 정비사업에 대해 파악했다. 이어 심층 조사를 통해 사업비와 유적지 정비 등 예산집행 문제를 살피고 다크투어리즘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 국제도서전과 베이징 국제도서전의 특성 비교” 논문은 2023 서울국제도서전과 베이징 국제도서전의 형식과 내용 면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한 참신한 연구이다. 이를 통해 양국 국제도서전의 중요한 가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한국과 중국의 상호이해와 협력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로 인해 백록학술상의 지평이 넓어져 갈 것이라 확신한다.

 심사위원: 이서현 언론홍보학과 교수

 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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