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가족이랑 고향 제주에서 살고 싶어요” 제주를 떠나는, 혹은 떠나려는 청년들의 가슴속 ‘절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이주열풍이 불며 제주인구가 70만명으로 급증했으나, 지난해부터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보다 빠져나가는 인구가 늘었다. 14년 만에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많아져 제주에 대한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열악한 경제활동과 불안한 주거환경이 가장 주된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직장인 1인당 연봉은 3570만원(2022년 기준)으로 3년 연속 전국 꼴찌, 반면 아파트 분양가는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 6억5000만원(2023년 12월말 기준)으로 전국 2위 수준으로 수치로 볼 수 있는 적나라한 ‘제주의 민낯’이다.

이를 바라보는 사회 초년생과 앞으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 재학생의 마음은 어떨까. 그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다란 벽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막막하다는 느낌뿐일 것이다.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20년 만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양질의 청년일자리가 없다보니 다른 직업군에 견줘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한국경제개발원이 지역인재 입학과 취업실태를 연구한 결과, 일반대학 졸업자 가운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공기업에 취업한 비율이 3년 연속 30%대 이상을 보이고 있다. 도내 일반대학을 나와 수도권 직장에 취업하는 비율도 2021년 기준 28.5%로 적지 않다. 여기에 제주에서 타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는 사례도 연간 1000명대를 상회하고 있다. 청년인재 유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문에 제주가 얼마 없어 2027년 초고령사회(노인인구 20% 이상)에 진입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청년은 떠나고 노인만 남은 제주 섬의 미래는 암울할 따름이다.

결국 제주의 경쟁력 있는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청년인재를 잡을 방법은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이들을 우대하는 채용제도, 그리고 전향적인 정책 지원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안정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문제 해결에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제주가 갖고 있는 현실의 문제에 대한 허술한 부분을 고쳐 바로잡고, 사회 전반적인 긍정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변화와 욕구에는 반드시 비용과 인력이 수반돼야 한다.

제주도가 올해 ‘제주 청년정책 시행계획’에 따라 5개 분야, 97개 사업에 927억 원(전체 예산 7조2104억 원 중 약 1.3%)을 투입한다. 과연 이 예산으로 청년인재를 붙잡고 청년인구 유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더욱 커진다. 청년정책에 대한 도의 의지가 1%밖에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4.10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군들이 내놓을 청년을 위한 공약은 어떨까. ‘그 밥에 그 나물’이 뻔하다. 제주사회에 ‘진정한 어른’이 없듯, 무관심 속에 청년을 위한 정책도 빈약하다. 제주는 경쟁력을 잃고 자꾸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게 청년들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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