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없이 단말기 설치
거센 반발에 시행 미정
“관리비 인상보다 공정”

기숙사 공용 세탁기에 카드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기숙사 공용 세탁기에 카드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학생생활관은 지난 3월 5일 기숙사 내 공용 세탁기에 카드 단말기를 설치했다. 

갑작스러운 기숙사 세탁기 유료화 소식에 대해 기숙사를 이용하는 많은 학생이 이에 당황하며 불만족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5년 전, 2019년 3월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학생생활관은 당시에도 학생들과의 협의나 논의 외에 사전 고지 없이 공용 세탁기에 카드단말기부터 설치했지만, 이는 부당한 운영 방식이라는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세탁기 유료화가 무산되고 건조기에만 이용료가 부과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1호관 입주민 A씨는 “학교 측에서 결정한 중요 사안을 정작 기숙사를 이용하는 당사자들에게 미리 안내해 주지 않아 불만이다”라며 “만약 홈페이지에 기숙사는 민간투자 사업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차후 변경 사안이 있을 수 있다고 고지를 해뒀다면, 학생들도 쉽게 납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주 신청 당시 홈페이지에는 무료라고 안내해 두고, 막상 입주하고 개강을 한 이 상황에서 학생들의 다른 선택지가 없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학생생활관 홈페이지에는 ‘세탁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의류 건조기는 이용료를 납부해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돼 있다.

1호관에서 거주 중인 B씨 역시 학생생활관 측의 일 처리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원활한 관리를 위해 비용 지불이 필요한 건 사실이기에 학교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고 아무 불만이 없다”고 말했지만, “5년 전과 이번 사안 모두 의사결정 방식에 있어서 학교가 학생들의 입장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태도가 여전해 보이며, 학생들을 우선하지 않는 것 같다”며 실망을 나타냈다. “학생들이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카드단말기부터 설치하기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단말기를 설치하는 시간을 명시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점점 사안이 불거지자, 오윤성 상상 총학생회장은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학교 측에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유료화가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담당 부서에서 추후 학생들과 진행 여부 및 방식 등을 충분히 논의하기로 했다”며 “해당 사안에 있어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소통하며 정보들을 공유하겠다”고 공지했다.

학생생활관 행정실 관계자는 “수도세ㆍ전기세 인상으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개인마다 세탁기 사용횟수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생활관비 인상’이라는 방식보다, 실제로 사용횟수가 많은 학생이 해당 비용을 개별로 부담하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시행 일자에 대해 명확히 정해진 바가 없다”며 “학생생활관 자치위원회가 확정된 이후에 자치위원회와 총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 뒤 운영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라며 “사전에 고지 없이 카드 단말기를 먼저 설치한 점과 기숙사 입주 신청 기간에 미리 공지하지 않은 점은 진행 과정에서 학교 측의 미숙한 운영 방식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기숙사 공용 세탁기 유료화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추진 이유와 일자를 포함한 명확한 공지 기간을 거친 뒤 시행할 예정이며 타 대학의 경우와 비교해 회 당 1000원의 요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