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의혹 보도 후 현 정부 블랙홀에 갇혀
확고한 지도 철학과 혜안을 갖췄는지 봐야

한 언론이 현 정권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 연설문 사전 입수 파문 보도 이후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과 그 조직에 무능함에 한숨들을 내쉬고 있다.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연이어 들려온다.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이란 역사적 결단은 하루 만에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었고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현 정부 여러 난제들을 뒤로 하고 최순실이라는 블랙홀을 피하기 위해 개헌의 주사위를 던졌지만 이제 대통령 스스로 블랙홀에 갇혀 버렸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해 국격을 높여야 한다는 정책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란 국정문란 행위로 대통령의 자질,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국민들의 자존심은 온데간데없고 그렇게 강조했던 국격은 밑바닥까지 추락하였다. 참담하고 비통함을 넘은 허탈한 심정들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지만, 선덕여왕 때도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현 대통령의 지지율도 첫 10%대로 추락하였다. 이는 앞 전 대통령들의 임기 말에 10% 내외의 지지율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나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런 나쁜 역사에서 많은 반성과 함께 미시적인 교훈은 얻었지만, 불행한 나쁜 역사는 또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은 우리의 권력구조, 정치시스템 및 환경적인 요소로도 설명할 수도 있지만 이른바 ‘피터의 법칙’이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통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컬럼비아대 로렌스 피터 교수가 1969년 발표한 이론으로 관료제 내의 승진으로 인한 관료의 무능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논리이다. 유능한 사람을 계속해 승진시키거나 선택하다보면 일을 감당할 수 없는 위치에까지 승진을 시켜 결국은 무능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승진함으로써 일에 대한 만족으로부터 멀어지고 무언가 무리한 행동을 하게 되고, 이에 따라 조직과 사회도 점점 비효율적으로 퇴락하는 현상에 대한 지적이다. 이는 어떤 사람을 선택할 때 그 직책에서 요구되는 미래 직무수행능력보다는 지원자가 현재까지 보여 온 과거 업무성과에 기초해 평가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의 능력보다는 과거의 업적을 통해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조직은 그 지위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들에 의해 채워지고, 만일 이들에게 능력치보다 더 과중한 직책을 준다면, 그 결과가 형편없게 된다. 또한 그 무능을 향한 행진은 갈 수 있는데까지 가지 않고서는 수습되지 않는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조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 창의적인 사람을 축출할 수도 있다.

앞 전 한국의 대통령의 임기 말 기대에 못 미치는 지지율과 리더십으로 마무리되는 나쁜 역사의 반복을 경험하는 것도 국민들의 선택들이 미래의 능력보다는 과거 업적에 대한 보상 차원의 선택이 계속된 결과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내년에는 대통령선거뿐만 아니라 우리대학의 총장선거도 있는 중요한 해이다. 스스로 무능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피터의 법칙’이 먹히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주권행사가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의 지도자를 선택할 때의 기준점이 달라져야 하겠다. 각자마다 지도자의 세부적 선택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해 제대로 된 지도자를 선택할 때는 과거업적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가오는 미래를 보는 혜안과 능력, 그리고 확고한 지도자의 철학이 있는지를 정말 진중하게 선택하는 우리의 현명함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우리 젊은이로부터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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