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구밀도 1위 서울조차 박물관 100여 곳… 제주 박물관 수 인구대비 폭발적
대다수 사립박물관, ‘내부 경쟁력’ 강화시키기는커녕 ‘외부 환경’ 개선에만 혈안
방문객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생생하고 풍부한 교육의 장 ‘제주교육박물관’
“찾아오는 박물관보다는 찾아가는 박물관, 정적 박물관보다는 동적인 박물관 돼야”

>>더 나은 제주 만들기

밖에서 바라본 제주교육박물관의 전경
밖에서 바라본 제주교육박물관의 전경
1980년대 교실이 재현된 제주교육박물관의 체험학습 공간
1980년대 교실이 재현된 제주교육박물관의 체험학습 공간

제주도에는 대체 몇 개의 박물관이 있을까. 해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 중에는 ‘제주 박물관 투어’라는 테마로 여행을 오기도 할 만큼, 많은 사람이 제주를 다양하고 독특한 박물관이 즐비한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 관광업체에서도 박물관을 제주의 주력 관광 상품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이는 제주공항이나 관광안내센터 옆에 무수히 많은 박물관ㆍ미술관 소책자가 나열돼 있는 모습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제주지역 박물관 지도’까지 존재한다.

제주도의 박물관은 관람객들에게 제주만의 고유한 자료를 통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며, 특히 ‘살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박물관이 관광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디지털제주문화대전’에 따르면, 제주도에는 ‘민속자연사박물관’과 같이 제주의 민속적ㆍ역사적인 부분을 전시 내용으로 하는 박물관이 가장 많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그 밖에도 △서귀포감귤박물관 △초콜릿박물관 △차(茶)박물관 △세계술박물관 △제주커피박물관과 같이 먹거리를 테마로 해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아 흥미를 돋구는 박물관도 다수를 차지한다.

▶인구대비 폭발적인 제주 박물관 수

행정안전부의 ‘제주특별자치도 박물관ㆍ미술관 정보(2023년 8월 기준)’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에는 총 65개의 박물관ㆍ미술관이 등록돼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제주박물관과 지역에서 운영하는 김만덕기념관, 제주4ㆍ3평화기념관 등 8개의 공립박물관이 있으며, 이외에는 모두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이다.

2024년 2월을 기준으로 무려 1만5000명이 넘는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서울특별시에는 151개의 박물관ㆍ미술관이 있으며, 우리나라 총 인구수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는 인구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에는 146개가 존재한다.

제주의 인구수는 67만3665명으로, 서울의 인구가 제주보다 약 14배 많으며 서울의 인구밀도는 제주의 약 43배다.

다른 광역시의 박물관ㆍ미술관 개수를 살펴보면 △부산 22개 △광주 17개 △인천 24개 △대전 21개 △대구 13개가 존재한다.(행정안전부에서 공개한 각지의 ‘박물관ㆍ미술관 정보(2023년 8월 기준)’ 통계자료) 모두 제주도보다 인구가 월등히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많아봤자 스무 개 남짓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앞서 언급한 수치를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제주도에는 인구 수에 비해 타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제주도는 박물관 ‘천국’이다.

▶특히나 많은 사립박물관, 그 이면은

제주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은 탓에, 제주 곳곳에 박물관이 산재한 일은 당연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연간 박물관 개관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주목해야 할 건, 그중 절반 이상이 개인에 의해 설립된 사립박물관이라는 점이다. 개인이 박물관을 설립하려는 목적은 제각각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박물관을 매개로 한 문화사업 및 상업적 목적이 다분한 박물관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도내에서 사립박물관 등록이 늘어나는 이유로 ‘관광진흥 기금’을 지원받고, ‘취득세ㆍ등록세’를 감면받는 등 각종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견해가 많다.

사실 박물관이 제주의 주 관광사업으로 떠오르게 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박물관의 경우에는, 막대한 투자 비용과 소요 기간이 요구되는 ‘소장품의 품질’ 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주관이 불확실하고 전문영역이 분명하지 않은 관람객들의 경우, 이미 경험해 본 곳에 대한 재방문율이 높지 않기에 박물관에서 소장품의 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결국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박물관들은 박물관의 본질적 역할로써 수행돼야 하는 내부 경쟁력 강화보다는 단순히 ‘이익’을 쫓기 위해서 외부 환경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관련 전문 시설이나 전문 인력이 필요 없어도 됨을 합리화하는 이유로 기능한다. 소장품에 관심이 없다 보니 연구ㆍ전시하는 큐레이터의 역할도 미미해진다.

박물관 관람이 취미인 A씨는 “국내 최대 관광지인 제주도임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히는 박물관의 활성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껏 방문해본 제주 대부분의 박물관이 방문객에게 체험적ㆍ교육적 기능과 같은 질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전시보다는 상품 판매에 더 힘쓰는 것 같다”며 “마치 박물관이 아니라 물건을 사기 위해 상점에 들어온 듯 해 눈살이 찌푸려진 경험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내 대다수의 박물관은 매우 넓고 상업 공간이 박물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박물관은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넓은 부지를 마련하고 유희적 공간을 갖추기를 우선한다.

사립박물관에 법적 규율을 엄격히 적용하면서도 ‘관광지’라는 제주만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정책적 뒷받침과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제주지역 박물관의 독특한 특성을 인지하고 적극 수용하여 제주의 박물관만을 위한 제도 및 정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박물관 방문자의 목적이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에서 다소 괴리가 있으며 관광 형식으로 목적이 정형화돼 있어 박물관의 운영 목적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해도, 박물관에서의 연구와 박물관만의 고유기능은 언제나 살아있어야 한다.

▶제주의 숨은 보석, ‘제주교육박물관’

제주시 이도이동 주택가 속에 위치한 ‘제주교육박물관’은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소중한 교육자료를 수집하여 보존하고, 학생들에게 전통문화의 체험 기회 확대와 제주교육문화의 진흥을 위해 개관된 교육 특화박물관이다. 

1995년에 개관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어본 적도 방문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많은 이유인지 모 포털사이트의 방문자리뷰는 겨우 ‘3건’에 그쳐 있다.

이곳의 제1전시실에서는 탐라국 시대부터 해방 이전까지의 제주교육을, 제2전시실에는 광복 이후부터 2000년대의 제주교육의 성장을 살펴볼 수 있다.

제3전시실은 ‘제주 교육의 얼’을 주제로 한 특수교육의 모습과 소멸 위기에 처한 제주어의 유래 및 특징을 알 수 있는 ‘제주어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제4전시실은 교육과정의 변천 과정과 교과서 제작 과정을 알 수 있다.

‘체험학습실’에서는 직조 체험부터 옛 관리들이 착용하던 모자 만들기와 같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체험이 마련돼 있다. 

이외에도 △‘나의 띠’ 도장 찍기 체험 △탐라순력도ㆍ도자기ㆍ교과서 퍼즐 △우리나라 도자기 그리기 체험 △딱지 접기 등 많은 공작 체험이 있다. 한편에는 1980년대 교실이 그대로 재현된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옛 교복을 입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박물관은 야외전시장 공간을 활용해 야외 체험학습장 및 제주 전통 초가를 조성했다.

제주교육박물관의 별관 ‘독도체험관’에서 국토 최남단 제주에서 3D 입체사진을 통해 국토 최동단 독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독도의 역사부터 현재 독도의 모습을 실시간 촬영 중인 영상으로 만날 수 있고, ‘제주의 해녀와 독도’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제주 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주교육박물관의 경우처럼, 현재 제주에는 박물관의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하며 관광객 및 지역주민들에게 체험과 학습 중심의 교육적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건전한 박물관이 필요하다.

제주교육박물관 관계자는 “제주의 박물관들이 사람들이 찾아오는 박물관보다는 찾아가는 박물관으로, 정적인 전시에서 동적인 전시를 하는 박물관으로 변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나 연구 사업을 통해 타지역의 박물관과 차별화될 수 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주도는 박물관의 다양성 면에서는 전국적으로 손에 꼽힐 정도로 우수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살리면 소중한 문화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관광 자원을 이용해, 전통과 역사적 사실에 부합한 제주만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발굴해 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