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공의 94% 미복귀
비상대책 진료 가동

제주대학교병원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로 인해 대다수 진료과목 접수가 조기에 마감됐다.
제주대학교병원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로 인해 대다수 진료과목 접수가 조기에 마감됐다.

제주지역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 지난달 19일부터 사직서를 제출, 출근하지 않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이미 의사 수가 충분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는 의사들의 진료행위가 의료시장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과소 공급되는 현상에서 비롯됐다며 의료수 인상과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대학교병원 전공의들도 의사 수가 늘면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와 과열 경쟁이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3월 6일 현재 제주대병원 전공의 108명 중 근무자는 7명(6.5%)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101명은 출근 거부와 임용 계약 포기 등의 방법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공의들은 1년 동안 인턴 수련 과정을 거친 후 진료과목을 선택해 레지던트로 3~4년을 근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간호ㆍ간병서비스 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ㆍ폐합 운영하고 있다. 내과 중환자실은 20병상에서 8병상으로 축소했다.

제주대병원 중앙수술실은 12개소에서 8개소만 가동하면서 하루 평균 40~50건이었던 수술은 절반인 20건으로 줄었다. 제주대병원의 전체 619병상 중 가동률은 70%대에서 전공의 파업 이후 38%로 떨어졌다.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운영하던 의료진 당직근무는 2교대로 12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김우정 제주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이번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상황이 길어질 경우 어느 시점에서는 현재보다 더 축소된 비상진료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 제주권역재활병원 등 도내 공공의료기관 3곳에서 평일 진료 시간을 오후 5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연장하는 비상대책 진료를 가동하고 있다.

제주의료원은 내과ㆍ신경과ㆍ정신과ㆍ재활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에서 연장 진료에 참여한다. 서귀포의료원은 내과ㆍ정형외과ㆍ신경외과, 제주권역재활병원은 재활의학과에서 연장 진료를 실시한다.

도내 6개 보건소는 개원의들의 집단휴진에 대비해 평일 2시간 연장 진료를 한다.

강동원 제주도 도민안전건강실장은 “의료불편을 겪는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제주도는 응급환자가 신속한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중증 응급의료기관과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거점 국립대학교인 제주대 의대 학생들도 집단 휴학을 신청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의대생들은 지난 3일 ‘제주대학교 총장님께 드리는 의과대학 학생들의 호소문’을 통해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필수의료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의료를 전혀 모르는 각 이해집단들이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다. 급격한 정원은 교육의 질을 심각히 떨어뜨리고 제주도민의 신뢰를 잃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대 의대 재학생 200여 명 중 현재까지 185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당초 의대 개강일은 지난 2월 19일이었지만, 재학생들이 집단 휴학 신청으로 2주 연기돼 3월 4일로 연기했다.

그런데 휴학 신청은 물론 수업 거부가 이어지면서 개강일이 또 다시 2주가 지난 3월 18일로 미뤄졌다. 이날 이후에도 의대생들이 휴학을 철회하지 않거나 등교하지 않는다면 강의가 파행되는 것은 물론 유급처리 될 수가 있다.

통상 의대는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에프(F) 학점을 부여하고 에프 학점을 한 과목이라도 받으면 유급된다. 단체 유급 시 한 학년 모두 졸업이 늦어지면서 의사 수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편, 제주대학교는 교육부의 의대 정원 신청 마감일인 지난 3월 4일, 60명을 증원해 정원 100명을 최종 신청했다.

전국 40개 의대 중 가장 마지막인 1998년에 설립된 제주대 의대는 27년 동안 40명의 입학 정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국 10개 국립대 의대 중 정원이 가장 적다.

제주대 관계자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비해 전임교원 충원과 교육시설 개선 등을 통해 안정적인 교육 환경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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