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기념관과 동상 설립 추진은
분명한 역사적 퇴행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법학과 91학번ㆍ1997년 총학생회장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법학과 91학번ㆍ1997년 총학생회장

어릴 적 벽걸이 달력에 등장하던 와이키키 해변, 하와이는 우리에겐 제주와 같은 관광지 느낌이다. 실제 보면 화려한 호텔들로 담을 친 것 같은 와이키키 보다 ‘있는 그대로’ 잘 보전된 해안가들이 더 인상적이다. 제주 해안도로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까페촌’과는 대조적이다. 

하와이의 역사 속에는 한인 이주의 역사가 담겨 있다. ‘사탕수수밭’ 이주노동으로 알려진 이야기다. 등장하는 인물 중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있다. 하와이는 일제 강점기 이승만이 활동하던 곳이자, 독재와 3ㆍ15 부정선거 등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후 지냈던 곳이다.

2020년 이승만이 하와이에 다시 등장했다. 당시 호놀룰루 시의회는 ‘2월 3일을 호놀룰루의 ‘이승만 대통령의 날’(PRESIDENT SYNGMAN RHEE DAY)로 정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결의안을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나열했다.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대통령, 한국 독립 정부 초대 대통령 피선 등의 내용도 반영됐다. 그냥 통과될 뻔한 이 결의안은 하와이 한인사회를 통해 시민단체들과 4ㆍ3단체들에게 알려졌고, 즉각 반발했다. 결의안은 1960년 4ㆍ19 혁명으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누락했다. 

제주4ㆍ3기념사업위원회,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대구10월항쟁유족회 등은 ‘이승만 대통령의 날’ 제정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제주4ㆍ3단체들도 3만명이 넘은 희생자를 낳은 4ㆍ3 학살의 주역을 기념하는 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 252곳의 시민사회단체와 세계인들이 호놀룰루 시의회에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을 쏟아내면서 결의안은 철회됐다. 

윤석열 정부의 등장으로 한국 현대사에 이승만에 대한 역사 논쟁이 한창이다. 논쟁에 그치지 않고 ‘건국의 아버지’라는 표상의 꼬리표를 달고 이승만 동상이 이미 세워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건국전쟁’ 영화에 편승하려는듯 최근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도 공개했다. 

바다건너 하와이가 아닌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도 이승만 동상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윤석열 정부의 지원을 얻어 주미한국대사관 앞마당에 세울 심산이다. 

이승만의 부활은 백번 양보해도 ‘역사 쿠데타’이다. 나의 주장을 보태면 천 번 양보해도 독재자일 뿐이자 헌법의 가치에도 반하는 인물이다. 이승만은 독재와 부정선거에 맞서 싸운 학생들과 시민들의 힘으로 역사에서 퇴장한 인물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불의에 항거한 4ㆍ19 혁명 정신은 계승해야 할 역사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 불의의 당사자가 이승만이다. 

나아가 이승만은 제주4ㆍ3 학살의 책임자이자 원흉일 수밖에 없다. 소위 ‘초토화작전’과 ‘불법 계엄령’ 등으로 최소 3만 이상이 희생된 제주4ㆍ3학살 주범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이승만은 한국전쟁 시기 발생한 보도연맹사건 등 수 십 만에 달하는 민간인 학살의 총책임자다. 작금의 이승만 기념관과 동상 설립 추진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이며, 다음 세대에 부끄러움을 전하는 분명한 역사적 퇴행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한복판 이승만 기념관 설립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태극기부대’도 아니면서 무슨 자랑거리라고 관습적 수도인 서울에 반역사적 인물을 기념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에게도 요청한다. 국격을 떨어뜨리는 주미 한국대사관 앞 이승만 동상 설립 시도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이 지면을 접한다면 알리고 싶다. 외교 공관에 인물 동상을 세울 경우엔 주재국인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4ㆍ3당시 군대를 통솔했던 미군정의 책임을 생각한다면 거부의사를 분명히 해야한다. 

다시 다가오는 4월, 이승만을 추앙하는 제주의 봄으로 기억 돼서는 안 된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단절의 꿈이 역사를 밀어 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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