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했다.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인 만큼 적정 출산의 ‘3분의 1’ 시대다. 전국 시도 중 서울(0.55)과 부산(0.66), 인천(0.69)이 최저 출산율 1~3위를 차지했다.세종(0.97명)과 전남(0.97명), 충북(0.89명)은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았다. 제주는 0.83명으로 전년(0.92명)보다 떨어지며 전국에서 11번째로 낮았다.

지난해 제주 전체 인구(69만9751명) 중 14세 이하 어린이(9만4466명)가 차지하는 비중은 13.5%로 2011년 17.6%(57만6156명 중 10만1220명)보다 4.1% 포인트 감소했다.

반려동물은 빠르게 늘고 있다. 도내 등록 반려동물은 2020년 3만9625마리에서 지난해 6만1139마리(개 5만7258마리ㆍ고양이 3881마리)로 급증했다. 등록되지 않은 개ㆍ고양이까지 포함하면 전체 반려동물은 총 9만5304마리(등록률 64.1%)로 추정된다.

제주가 어린이보다 반려동물이 더 많은 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25.4%)이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반려동물용 유모차, 이른바 개모차가 유아용 유모차보다 많이 팔렸다고 한다. 저출생 심화는 한국이 한 세대 후에는 정상 국가로 존립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던 스파르타가 무너진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인구 소멸이란 내부의 적 때문이었다는 역사적인 교훈도 소환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극심한 저출산을 흑사병에 비교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는가 하면 ‘세계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란 세계적인 인구학자의 경고까지 들린다. 2017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대한민국을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로 규정했다.

저출산 반등을 위한 골든타임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연간 70만명 이상 태어난 1991~1995년생이 주 출산 연령으로 진입하는 기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저출산 대책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96년생부터 다시 줄어들기 시작해 2001년 태어난 인구는 50만명대, 2002년은 40만명대로 급감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30대 초중반에 진입할 땐 출산율이 높아져도 출생아 수는 증가하지 않는 구조다.

정부나 지자체, 정치권이 쏟아내는 대책이라곤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겠다는 내용 일색이다. 2007년 대선 당시 황당 공약으로 꼽혔던 허경영 후보의 ‘결혼 1억원, 출산 1인당 5000만원, 자녀 10살까지 월 100만원 육아수당 지급’이 혜안이었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17년간 저출산 해결에 쏟아부은 예산만 30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현금성 지원은 결코 솔루션이 될 수 없다. 젊은이들이 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안 낳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해소할 종합 대책을 모색하는 게 출발점이 돼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빌려 ‘한 아기를 낳으려면 온 국가가 필요하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절실하다. 국가 소멸을 막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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