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ᄀᆞ득 볼레낭개 아이덜』/ 보목초등학교 / 2023

제주도에 있는 초등학교 이름들을 그 마을의 옛 이름으로 다 바꾸면 어떨까. 그러면 보목초는 볼레낭개초, 위미초는 쉐미초, 삼양초는 감물개초, 제주동초는 건들개초, 제주서초는 한두기초, 한림초는 한수풀초, 창천초는 포시남마루초 등이 되겠다.

처음에는 좀 혼란스럽겠지만 학교가 있는 그 지명을 사용해서 마을의 옛 이름을 생각하기 좋을 것이다. 예부터 제주 마을을 살린 것은 용천수였다. 그런데 근대에 이르러 마을의 용천수 역할을 학교가 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을에 학교가 있어야 사람들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학교가 사라진 마을은 너무 쓸쓸하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을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폐교를 아무리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활용한다고 해도 학교만 하지 않다.

이 책은 볼레낭개초 아이들이 쓴 제주어 동시집이다. 할머니나 할아버지로부터 제주어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도 있고, 이주해서 제주어를 거의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각자의 상황에서 제주어를 접하고, 뜻을 찾는 모습이 아꼽다.

“큰큰ᄒᆞᆫ 빙애기 에염에/ 게염지영, 송동이영/ 베렝이덜/ 모다들엄수다.// 동모 구하젠게.” 1학년 박인후의 이 동시 「빙애기」는 병아리와 그 주위의 벌레들에 대한 내용인데, 약자의 편에서 친구를 구하려는 마음을 담았다.

“황고지는 어디서/ 남싱고?/ 비 소굽에 이서싱고?/ 땅 소굽에 이서싱고?” 2학년 양호진은 동시 「황고지」를 통해 무지개가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궁금해한다.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생기고, 무지개 한쪽 끝은 저 먼 곳의 땅으로 이어져 있어서 이렇게 상상했나 보다.

“데이지는 그자 데이지주게./ 이쁘지/ 이쁘면 데이지./ 데이지는 ᄃᆞᆨ새기 색깔이주./ 잘도 이쁘지” 3학년 임나율의 동시 「데이지」다. 데이지는 국화과의 꽃이다. 데이지가 이쁘다고 생각한 임나율은 까닭 없이 데이지가 이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유 없이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ᄌᆞᆷ녜는 바당이 기려운가 보다./ 아시날도 오널도 바당에 간다./ 물숨이 안 ᄆᆞᄉᆞᆸ나 보다./ ᄌᆞᆷ녜는 늴도 바당에 갈 거여./ ᄌᆞᆷ녜는/ 기려운가 보다/ 바당이.” 4학년 한서윤은 동시 「ᄌᆞᆷ녜」를 통해 해녀가 바다에 물질하러 가는 것은 바다가 그리워 가는 것으로 썼다. 힘든 바다 일을 하면서도 바다가 그리워 매일 바다에 간다는 것인데, 그 그리움은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그리움으로 나타나는 것이겠지.

보목리에는 소천지가 있다. 바닷가에 있는데 맑은 날에는 한라산이 물에 비쳐 보인다고 한다. 나는 몇 번을 찾아갔지만 한라산이 물에 반영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잘 아는 사람에게 들어보니 위치와 각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가 제주어로 시를 쓰는 것은 소천지에 반영되는 한라산처럼 우리 마음에 반영된 제주의 이야기를 잘 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위치와 각도에 따라 물에 비친 한라산을 보여주듯 제주어로 위치와 각도를 간그당 보민 근사한 제주도를 품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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