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연기 후 3월 18일 개강했지만 강의실 ‘고요’
의대생, “급격한 증원은 교육 질 심각히 떨어뜨릴 것”
제주대 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적정 인원 재논의 촉구”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이 두 번의 연기 끝에 3월 18일 개강했다. 

3월 20일인 개강 3일 차에 방문한 제주대학교 내 의과대학 1호관과 제주대학교병원 내 의과대학 2호관은 활발한 개강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이 한산한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그 누구도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의료계의 복잡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계속되는 동상이몽

의과대학 정원 확대는 뜨거운 감자다. 작년 10월,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가 진행한 의대 증원을 위한 수요조사를 시작으로 정부의 본격적인 의과대학 증원 착수로 인해 의료계의 반발은 날로 커져만 갔다.

특히나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3월 20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를 발표해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았다. 제주의대의 경우 기존 40명에서 60명이 늘어난 100명으로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최종 확정됐다.

▶의료계의 호소 

3월 18일을 기준으로 의과대학 재학생 248명 중 191명이 휴학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초 정상적인 개강은 2월 19일에 이뤄져야 했지만, 학생들의 집단 반발로 3월 4일로 미뤄졌고 다시 18일로 연기됐다. 학생들이 휴학계 신청을 철회하지 않았지만, 학칙상 추가 연기를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개강이 이뤄졌다. 

3월 3일 제주대 의과대학 학생들은 김일환 총장에게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60명조차 앉을 수 없는 강의실 △시신 7구조차 비치할 수 없는 해부 실습실 △50명조차 시험을 못치르는 컴퓨터실 △40명조차 혼잡한 병원 실습 환경을 언급하며 “급격한 증원은 다음과 같은 교육 환경상 교육의 질을 심각히 떨어뜨릴 것”이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검토해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음 날인 4일 제주대학교는 의과대학 정원을 60명 늘린 100명으로 증원해달라는 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이에 반발한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3월 15일 제주대학교병원 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수협의회는 이날 “정부의 일방적인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분노한다”며 “일방적인 정책 진행을 중단하고 적정한 증원 인원에 대해 재논의하길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금 우리 의대는 

의과대학 A 교수에 따르면 현재 의대는 대면과 비대면을 혼용한 하이브리드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A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들도 추후 휴학을 철회하고 학교로 돌아왔을 때 비대면 강의를 듣고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의과대학 학사 운영 규정에 의하면 총 수업시간수의 4분의 3 이상을 출석하지 아니하면 F학점을 받게 된다. 또한 어느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게 될 경우, 자동으로 1년 유급을 받게 된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상처뿐인 대립은 학생없는 학교를 야기했다. 의대 증원은 과연 누굴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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