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학교육의 수준 저하 우려된다”
‘제주 지역 의료’ 위상을 강화시킨 제주대병원, 운영 적자

진관훈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
진관훈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어지럽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진다. “죽는 것은 의사들이 아니다. 죽어가는 것은 국민들이다” 홧김에 여과 없이 튀어나온 발언이라 할지라도, 이런 협박 반 경고 반 성격의 기사를 본 국민들은 불안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1995년 10월,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의예과 신설 인가가 났다.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라 지역사회에 큰 기쁨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머지않아 국립 제주대병원이 생겨날 거고, 그리되면 제주지역 의료 수준이 서울 못지않게 될 거다, 하며 다들 좋아했다. 기쁨도 잠시, 분당에서 중등교사 생활하며 박사과정에 다니던 나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동네 친구의 말을 듣고 한동안 우울했다.

“제주대에 의예과가 생기면 학생 수준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학습 기자재나 교육 환경이 열악해 교육의 질이 떨어진 게 빤하다. 누가 그런 의사에게 진료받겠냐? 누가 그런 의사에게 환자를 맡기겠냐? 너같으면 수준과 자질 미달이 예상되는 역량 모자란 의사들에게 너희 부모님을 보내겠냐”. 오랜 친구이자 실력 있는 흉부외과 의사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중한 의견인지라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당신들은 어떤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습니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에만 전념한 의사인가요? 아니면 실력은 한참 모자라지만 추천으로 공공병원 의사가 된 의사인가요”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다 했을 때, 한 의사단체가 반발하며 내놓은 홍보물 내용이다. 

지금도 의료계에서는 의대 증원으로 인해 의학교육의 수준 저하를 우려한다. “의대에서 중요한 실습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의대 교육은 실습 위주라 수술장이 중요한데 의대 증원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주대 의예과 2회인 내 사촌 동생은 서울 시내 국립병원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있다. 명절 때나 보고 일 있을 때나 통화하는 사이여서 정확한 근황은 잘 모르지만, 요즘 병원 소속 일부 전공의들이 근무 중단으로 비상 진료 체계에 들어간 상황이라 평소보다 더 바쁘다 했다. 재작년, 운 좋게 청약 당첨되어 강남에 30평대 신축 아파트를 장만했다며 신났더니, 이번 명절에 와서는 큰 딸을 예술고등학교 보냈다며 자랑 반 걱정 반하고 갔다. 

신설 초기 열악한 조건 속에서 정부지원과 기존 의과대학과의 협력 및 협약 체계를 통해 생존 능력을 다져온 제주의대가 교육 시설과 인력 면에서 자립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 보건의료 선진화에 노력한 결과, 서울 시내 국립병원에서 흉부외과 과장을 하는 애향심 강한 제대 출신 의사가 탄생했다. 제주 섬 의사가 대한민국 의료계를 이끌고 있다. 

의료 공급 과다에 대한 지적도 있다. “증원 규모가 지나쳐 의료 시장 경쟁이 과열될지 모른다. 특히 젊은 의사들은 증원된 의대생이 단기간 내에 경쟁상대가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는 주장이다.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의 저자 김누리 교수는 “독일 의사가 다른 의사를 보호하고 연대해야 할 동료라고 생각하는 반면, 한국 의사는 다른 의사를 ‘경쟁자’로 생각한다. 학교에서부터 (입시) 전쟁을 치른 한국 의사들은 이런 트라우마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999년 제주의료원을 인수, 결정한 후 2001년 11월 1일 제주대학교병원이 정식 개원했다. 제주대 의과대학에서 양질의 의료 인력을 길러내고, 그 인력이 그대로 제주 의료사회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는 그야말로 겹경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내 의료계에서는 반발했다. 지금 병동으로도 충분한데 대학병원이 생기면 공급 과잉으로 다른 병원들이 영업 적자가 늘어나 군소 병원들은 문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지금 와, 그 때문에 문 닫았다는 병원은 없다. 오히려 제주대병원의 운영 적자가 심하다는 소식이 들린다. 눈앞에 보이는 영업이익을 최대화하려 하기보다, 제주지역 3차 진료 기관으로서의 위상 강화에 주안점을 주다 보니 생겨난 성장통이라 다수의 도민은 좋게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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