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현 기자
이세현 기자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그의 저서 <고독에 대하여>에서 언급한 유명한 말이다. 그는 세상이 본질적으로 ‘고통’의 장소라고 주장했다. 쇼펜하우어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고 믿었는데, 그것은 바로 ‘고독’이었다. 실제로 그는 살아생전 곁에 단 한 명의 친구도 두지 않고 지냈다.

지금은 일명 혼밥, 혼영(혼자 영화), 심지어는 혼행(혼자 여행) 등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해 ‘도전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에게 ‘혼자’란 마치 도전처럼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며, 남의 시선을 의식해 꺼려지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혼자라서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여기 혼자라서 행복한 사람도 있다. 아직도 ‘혼자’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고독은 결코 쓸쓸하기만 한 불행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그들로부터 ‘고독’을 변호하고자 한다.

지난 1월, 무턱대고 홀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출발 이틀 전에 결정을 내린 이 여행에 누가 함께 해주겠는가. 계획 없이 시작된 7일간의 도쿄에서 제일 많이 내뱉은 말은 “히토리데스(한 명입니다)”였다. 여행 5일 차에 6만엔이 든 지갑을 잃어버려 “혹시 분실물 접수된 동전지갑이 있습니까”로 갱신됐지만.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교자를 먹게 돼도,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의 야경을 봐도 그저 혼자 감상하고 생각하는 것으로 끝날 뿐이었다. 그곳에는 내 감정을 공유할 대상이 없었다.

이틀 차에는 감기까지 걸려 남은 여행의 일정이 해가 중천일 때 끝나고, 영어를 못하는 파출소의 순경들과 악전고투하며 유실물 접수표의 모든 내용을 일어로 적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나는 혼자서 내게 닥친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외롭고 바보 같아 보이는 경험으로 비춰지지만, 사실 이 여행의 모든 전개와 사고(思考)는 나를 중심으로 나로 인해 흘러가는, 나만을 위한 ‘날것’의 경험이었다.

혼자의 경험을 거쳐야 비로소 타인과 함께했을 때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다. 결국 혼자여도 행복한 사람이란 자기 껍데기 속에 틀어박혀 있는 바보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중심축으로 삼아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사실 살아가며 마주하게 될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건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을 대리해 줄 수는 없다. 용기 내 고독을 마주한다면, 진정한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색의 기회가 열린다. 판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진정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고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용기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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