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수의예과 2
김나영 수의예과 2

나는 사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학 입시 과정에서 남들이 좋다는 학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들의 기준이 결국 나의 희망 진로가 되었다. 

이렇게 쫓기듯이 입학한 후 1년 동안은 ‘내 전공이 나와 과연 잘 맞을까’라는 의문에 휩싸여 마음이 심란했다. 전공과목들은 그저 나와 상관없는 글과 지식의 나열같이 느껴졌고 학문을 배우는 즐거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겨울 여수 여행 중 아쿠아리움의 추억과 이번 한국동물병원협회 간담회의 경험이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1학기 시작 전 겨울방학에 여수에 위치한 한화아쿠아리움에 갔다. 그곳에서 벨루가를 보게 되었는데, 마치 나를 반기듯이 저 멀리 수면 가까이에 있던 벨루가가 내 앞으로 헤엄쳐 내려왔다. 투명한 유리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내가 벨루가의 눈을 응시하자, 벨루가도 눈을 크고 작게 하는 움직임을 반복하며 나와 눈을 맞춰 주었다. 이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한동안 벨루가와 관련된 영상을 보고 살았었다. 이를 기점으로 나는 동물 자체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며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됐다.

또한 지난 3월 9일에서 10일에는 제주 신화월드에서 제20회 한국동물병원협회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수의과대학 윤영민 교수님과 선배님이시자 KAHA 협회장을 맡고 계신 이병렬 수의사님 덕분에 감사하게도 학부생 자격으로 무료로 참여하게 됐다. 원래 나는 외과에 전혀 관심이 없고 징그러울 것 같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번 외과 강연을 듣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술 부위를 봉합하는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봉합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외과 과목에 대해 매력을 느꼈고 더 공부해 보고 싶어졌다.

이 두 경험으로, 나는 나의 전공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됐다. 이후 이따금 들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보다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분명 대한민국 입시 과정에서, 이렇게 남들의 기준을 따라가게 된 학생들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전공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도 있지만, 초조해하기보단 자신의 전공과 관련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혹은 다른 전공과 관련된 경험을 해 보면서 다른 길을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 결국에는 모두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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