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卒業)은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라고들 말한다. 사전적으로는 학생이 규정에 따라 소정의 교과 과정을 마쳤음을 뜻한다. 이는 곧 어떤 일이나 기술, 학문 따위에 통달하여 익숙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You made it, and you're fucked.” (졸업생 여러분, 당신들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X 됐습니다.) 아카데미 연기상을 2번이나 받은 미국의 개성파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2015년 뉴욕대 Tisch 스쿨 예술학부(Tisch School of the Arts) 졸업연설에서 예술인의 삶을 직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유명한 문구다. 그는 이 연설에서의 서두를 다름과 같이 시작하였다. “회계, 법학, 의학을 공부한 졸업생들은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 즉, 예술을 선택한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즉 예술인의 삶은 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같은 ‘안정된 인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청년층의 고통은 로버트 드니로가 예를 들어 인용하였던 ‘안정된 인생’을 얻을 수 있는 분야의 졸업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단군 이래 최고의 능력과 스펙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우리의 우수한 대학졸업자들은 조금이라도 ‘안정된 인생’을 보장받기 위한 취업활동에 모든 열정과 노력을 퍼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급격히 어려워진 취업난 때문에 대학졸업생들은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대학 당국 또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마련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취업률은 이미 대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평가의 주요지표로 자리 잡았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대학은 단지 취업을 위한 교육이 아닌, 높은 지적 수준과 교양을 갖춘 지식인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보자면 이러한 지식인 즉, 선비는 가난하고 권력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지닌 높은 학덕이나 경륜은 사회발전의 초석이 되어왔고, 또 그러기에 자부심을 갖고 체통을 유지하며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옛 문인의 기록에는 높은 뜻을 지니고 선비가 되고자 하여 좋은 스승을 찾아 ‘10년 공부’를 했다는 류의 이야기들이 그득하다.

요즈음에는 ‘12년’이나 공부한 학생들이 다시 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학문적 이론과 높은 교양수준을 갖추고자 지도하는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간다. 따라서 요즈음 대학을 졸업했다면 적어도 ‘16년 공부’를 마친 것이니 그 능력적인 면에 있어서 어찌 옛날의 선비들이 당하겠는가만은, 지금의 대학졸업생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시린 겨울바람을 마주한 황무지에 홀로 서있는 것과 같은 지경이다.

하지만 로버트 드니로가 연설문에서 말한 바 우리들이 ‘평생 거절당하는 인생(A lifetime of rejection)’을 산다 할지라도, 그가 후배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와 같이 ‘최고 주문(呪文)은 다음에(Next)!’라는 말을 우리 졸업생들에게 전하고 싶다. “여러분들이 결국 해낼 것이라는 것을 안다. 행운을 빈다. 비록 지금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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