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가 얼토당토않게 수모를 당하고 있다. 손으로 바로 잡기가 어려워 ‘기름치’라고도 불리는 미꾸라지 속성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미꾸라지 같은’ 사람들 때문이다. 위기 때마다 잘도 피해 다니는 잔꾀쟁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전가하는 파렴치한 이들, 잡힐 듯 하면서도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여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는 속담처럼 국가와 국민을 기만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인 요즘이다.

잉어과에 속하는 보양식 민물고기 미꾸라지 ‘추어(鰍魚)’가 ‘추어(醜魚)’의 나락으로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하수상한 시절이다. 미꾸라지는 지방ㆍ단백질ㆍ비타민 A가 풍부해서 뱀장어에 못지않는 영양식품으로도 알려진, 서민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식재료로서도 효용성을 높게 친다. <동의보감>에는 그 약효를 ‘보중(補中)(비위脾胃, 소화기 기능을 보강하는 효능), 지설(止泄)(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하다’고 씌어 있다니 알만하다. 하지만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들로 인해 불명예를 안게 된 셈이랄까.     

우리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 농단에 의한 탄핵과 특검 과정에서 우리는 ‘거짓말’의 난무를 목도할 수 있었다. ‘법(法)꾸라지’, ‘기춘대원군’이라 풍자되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블랙리스트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쇠고랑 차는 신세를 피할 수 없었다. 평생을 권력 중심부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아오면서 ‘법마法魔’ 지경까지 올랐다는 그이고 보면 만세지탄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신데렐라처럼 높은 줄 모르고 떠올랐던 현직 문체부장관도 급전직하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들의 민낯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을 그들은 알기나 할까 모르겠다. 무소불위 권력을 주무르던 ‘우꾸라지’의 민낯을 볼 날도 이제 머지않은 듯하다.  

대선 정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정치계에도 미꾸라지는 이루 헤일 수도 없이 많다. 십수명이나 되는 대선주자 가운데에도 더러 있다. 미꾸라지보다 한 수 위 ‘기름장어’로 불리는 이도 있으니. 전 유엔 사무총장을 희화화하는 용어이다. 이미 2003년에 붙여졌던 별명이라니 시대를 뛰어넘는 성정임을 알 수 있다. 국민들의 상상을 깨뜨리는 욕설과 상소리, 현장에 맞지 않는 차림과 대학생 대상 토론의 허접한 사전 시나리오, 외신의 비호감 등을 떠올리면, 유엔 사무총장직 10년도 저러한 모습으로 지내셨나(?),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언행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세평이고 보면, 그의 대권 포기를 유엔 사무총장 퇴임후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철학부재 지도자 군상들이다. 대를 이어 국정을 농단한 정권을 연상시키고도 남는 모습들이 모든 대선 주자들의 언행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감은 촛불민심에 있다. 완전 국민경선을 한다고 해서 그게 촛불민심이 될 수는 없다. 광장에서 초등학생도 말하는 ‘역사의 대변혁, 국정 대개혁’을 이룰 정도령은 정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민주광장에서 가려 뽑히는, 진정, 국민의 지도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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