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정보학회 ‘바람직한 미디어 정책 방향’ 세미나

1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미디어 정책 방향과 조직 개편 방안’ 세미나가 개최된 가운데 발표자들은 차기정부에서는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담부처 신설을 요구했다.

차기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담당할 정부조직은 합의제기구인 미디어위원회의 신설과 문화부, 방송통신위원회가 확대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심영섭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1월 19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개최한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미디어정책 방향과 조직 개편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심영섭 교수는 ‘포용과 통합, 공공성 회복’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효율성에 기반을 둔 ‘작은 정부’, ‘대부처주의’는 미디어정책을 공공정책이 아닌 산업정책만 인지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차기 정부는 민주주의 복원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여 공론장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공동체의 문화적 다양성이 형성될 수 있도록 사회적 포용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미디어의 공적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는 미디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디어 정책 추진에 있어서 공공성이 중요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초점이 산업과 수익에 편중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심 교수는 그러나 “차기 정부가 과거 정권이 헌정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징벌적’ 조직 개편을 할 가능성이 크고, 조기 선거로 인해 개편 속도도 빠를 것”이라며 “미디어정책도 제도적 질서에 기초하며, 이 질서는 비록 더디게 또는 가시적으로 느낄 수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변형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학계는 ‘속도의 조급함’에 빠진 차기 정부의 ‘성실한 들러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특히 미디어 산업이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이 분리된 영역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조직 개편안을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교수는 구체적으로 수용자 편익·규제 간소화, 산업영역·공공영역의 분리, 미디어 공공성 강화라는 3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10명 내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구인 미디어위원회를 신설하고 디지털ICT업무의 산업부처 이관 △문화ICT부와 미디어위원회 신설 △방송통신위원회 확대 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부로 재편 등이 담긴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미디어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은 중요하다. 미디어위원회는 구체적으로 방송, 통신콘텐츠, 인터넷, 심의, 신문, 광고 등 미디어영역에서의 정책수립과 실행이며, 방송사업자와 통신인터넷콘텐츠사업자에 대해서는 인허가 및 사후심의, 진흥정책과 신문지원정책을 담당한다.

앞선 이준웅 서울대학교 교수는 ‘탈-비정상 정부의 매체 정책 방향’ 발표에서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매체 정책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현재 주요 공영방송사의 운영 방식과 성과 수준은 개탄할 수준을 넘었으며, 공영방송 뉴스와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개선 요구도 거세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모든 매체의 기능을 통괄하는 정부조직의 비효율은 이미 경험했다”고 현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진단한 뒤 “공공 사업자의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합의적 위원회 기구(가칭 매체문화공공성위원회)와 상업적 사업자의 활동을 규제하는 부처(가칭 방송통신문화부)로 미디어 정부조직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무의 주 내용이 공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정책일 경우, 합의적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서 정책으로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가칭)매체문화공공성위원회의 소관 업무가 된다”면서 “업무 내용이 주로 시장경쟁을 모니터링하고, 경쟁상황을 교란하거나 해치는 행위를 처벌하며, 사업자간 이해 조정을 수행해야 하는 사후 규제인 경우는 (가칭)방송통신문화부의 소관이 된다”고 밝혔다.

즉 적극적 공적 통제가 필요한 규제 및 진흥 업무인가 아니면 사업자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시장행위에 대한 사후적 규제 및 조정이 필요한 업무인가에 따라 주무 부처의 귀속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방송사업자의 인허가 및 승인, 재승인과 관련된 사항은 (가칭)매체문화공공성위원회의 사안이 되지만, 같은 방송사업자라 하더라도 해당 방송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갈등 문제는 사후적으로 규제 및 조정이 필요하기에 (가칭)방송통신문화부가 개입하는 방식으로 규제 할 수 있다.

현재의 미디어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 상임위원 3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구다. 이렇게 이미 미디어 담당 합의제 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합의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론자로 참석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통위원장이 독임제 장관처럼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방통위원과 사무처 간에는 소통이 전무하고 위원장 위주로만 소통이 되고 있다”고 협의제로서의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영향력이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는 “합의제 기구의 위원장은 국무회의에만 참석할 뿐이며 미디어정책 개편을 위한 시행령 개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시행령 개정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누구의 영향력이 더 크겠는가?”라며 방송통신 영역에 있어 근본적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부의 미디어 정책과 미디어계의 공공성 부족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정부의 공공 정책에 대한 인지 부족과 폐쇄성, 비밀주의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정부가 정책에 대한 설득과 동의를 구할 때) 대부분의 경우 지금까지는 수익성의 문제였다”며 “기업에는 수익성, 이용자에게는 효용이라 해서 싸게 사용할 수 있다는 하나의 유인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정 농단의 사태를 야기한 정부의 폐쇄성은 미디어 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영섭 교수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록하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행정을 운용한 관행과 정책 추진 현황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 비밀관료주의의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기관의 폐쇄성과 비밀주의는 KBS이사회와 MBC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방송에도 만연한 정도로 굳어진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미디어 산업의 무한 경쟁이 심화하고 정치 후견주의가 강화돼 결과적으로 미디어의 공공적 기능이 약화하고 저널리즘이 붕괴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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