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언론학회, ‘제19대 대선 공정보도와 제주언론’ 토론회
고영철 교수, 제주언론의 역대 대통령 선거보도 분석 발표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정보도와 제주언론’ 주제 토론회에서 고영철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제주언론의 16.17.18대 대통령 선거보도 분석’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비판했다.

제주지역 언론이 대통령 후보자 공약 소개 등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정보제공을 소홀히 한데다가 공약 정책 보도가 정당이나 후보자 측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단순 중계역할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사단법인 제주언론학회(회장 김경호 언론홍보학과 교수)가 4월 24일 제주경제통상진흥원 2층 대회의실에서 마련한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정보도와 제주언론’ 주제 토론회에서 고영철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제주언론의 16.17.18대 대통령 선거보도 분석’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비판했다.

고 교수는 역대 대통령선거(16대, 17대, 18대)에서 지역언론의 보도관행을 밝혀내기 위해 제주지역 3개 일간신문의 보도사례 961건을 대상으로 프레임 분석을 실시했다. 그는 역대 3회의 대선 보도뉴스를 분석한 결과 지역신문의 보도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고 교수의 발표문 요지이다.

선거과정에서 언론은 각 후보자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 그들에 관한 정보를 자세하고 소상히 제공해야 하며, 정책공약 및 비전에 대한 소개는 물론 각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의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비교 설명해야 한다. 또한 유권자들의 정책 공약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시민들이 바라는 사항들을 수합해서 후보자의 주요 정책의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이를 공론화시켜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언론이 보도하는 이러한 모든 내용은 정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즉 선거캠페인 과정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다. 그러나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역대 선거에서 매스미디어는 선거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정책이슈나 후보의 개인적 특성, 배경 등의 본질적인 내용을 보도하기보다는 투표율 예측이나 어느 후보가 얼마나 앞서고 있는가에 대한 여론조사보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특정 지역이나 선거구의 분위기 기사, 각 정당의 선거전략, 후보의 공중 접촉, 군중수와 반응, 선거자금 모금액, 정치광고, 각종 이벤트쇼, 정치적 지지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하며, 선거를 단순히 흥밋거리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제주지역 일간지들의 역대 대통령선거 보도에 대한 분석 결과, 우선 대선보도의 불공정성이 발견됐다. 즉 신문 지면의 구성과 할당이 집권여당 중심으로 이뤄졌다. 여당이 야당에 비해 독자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가고 많이 머무는 곳에 지면을 할애 받았고, 기사의 양도 많았다. 특히, 언론이 선거관련 특정 이벤트를 보도한다면 어느 지면, 어떤 위치에 어느 정도 크기로, 어떤 논조로 보도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달라진다. 아울러 각 후보의 정책 및 공약은 무형의 제품이다. 언론이 이런 정책을 어떻게 정의하고 해석하여 유권자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지역신문 모두가 각 후보자들이 내건 제주지역 선거공약 소개 등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하는데 소홀히 한 반면에 각 정당의 선거 전략이나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데 중점을 뒀던 것으로 나타났다. 각 정당이 벌이는 이러한 각종 선거 캠페인 활동을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유권자의 올바른 후보 선택을 돕는데에  기여하지 못한다.

특히 정책 공약의 보도형식을 보면, 각 정당 후보자들이 제시한 지역정책 공약들의 등장 배경과 정책들이 채택될 경우 앞으로 제주사회에 미친 영향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전달하기보다 “어느 후보가 이런저런 정책공약을 발표했다”는 식으로 단순중계 보도하는 것이 관행화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제주지역 유권자들이 올바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세와 행사 중심의 이벤트성 기사를 대폭 줄이고 후보자 자질과 정책을 면밀하게 해부하여, 유권자가 어느 후보의 저책과 공약이 좋고 나쁜지 그 우열을 가릴 수 있도록 보도의 양과 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테면, 강정해군기지, 국제자유도시, 특별자치도, 감귤 및 1차 산업 등과 관련된 공약들이 계속 반복 제시되고 있지만, 현재 시점의 공약이 과거의 공약과 비교해 보았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 설명하는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서 언론은 유권자들이 각 후보들의 정책의 장단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비교분석 보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앞으로 TV토론회 횟수를 늘려서 각 후보들의 지역정책에 대해서도 서로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토론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선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선거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시민사회단체 및 일반시민들의 요구와 입장을 각 정당 정책에 반영되도록 주요 의제로 공론화시키려는 노력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지하다시피 선거는 국가적 차원에서는 물론 유권자 개개인의 일상적 차원에서도 다양한 쟁점이 제기되고, 시민과 이익단체, 정당 등이 그 해결책에 대해 다양한 논란을 벌이는 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언론은 앵무새처럼 각 당의 후보자와 정당 대변인의 나팔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정작 선거의 주인인 유권자들의 요구와 입장을 전달하는데는 매우 인색하거나 오만할 정도로 지역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보도행태를 반복한다면 지역민들은 지역언론을 보거나 시청할 필요가 사라지게 된다. 지역언론 말고도 지역정보를 입수할 채널은 사방에 널려 있다.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가 우리 지역사회의 여론형성 기반 가운데 가장 약자라고 볼 수 있는 지역민들의 의견과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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