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영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높이며 대학교육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고등교육 정책을 규제 중심에서 자율성 존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 사실은 지금 우리 대학교육이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처방과 대안들이 설득력 있게 제시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물론 대학교육협의회 회원교들이 연구와 협의 끝에 만들어진 이 제시안들이 그대로 교육정책이나 제도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새 정권이 내세우는 고등교육 정책에 상당히 침착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제시안의 큰 골자는 대학 정책의 자율성 강화와 재정투자 확대이다. 대교협은 건의문에서 “현재 대학은 반값 등록금 규제와 구조개혁·재정지원 연계 평가로 ‘규제의 바다’에서 허덕이는 위기상황”이라며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화된 경기침체·청년 일자리 부족 등 암담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대학의 현실을 규정지었다.

또한 대학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학생수 감축이 아닌 지역과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재정지원사업은 고등교육의 기초체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원화 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즉 자율성 부분에서 국립대와 사립대의 조정 역할을 담당할 고등교육위원회, 학생수 단순 감축이 아닌 지역과 특성을 고려한 구조개혁 추진을 강조했고 재정투자 부분은 고등교육 재정비율이 OECD 평균 수준 확보, 고등교육의 기초 체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원화 된 재정지원사업, 등록금 책정 자율화 등을 요구했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규제중심의 고등교육 정책을 탈피해 대학 자율성을 존중하는 근본적 주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말 그대로 교육과 연구가 순수성과 불편부당성을 유지한 채 행정과 자본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의미한다. 대교협은 “대학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요구에 대처하려면 고등교육 정책이 규제 중심에서 자율성 존중으로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면서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이 자율성을 잃은 원인은 성과 위주의 규제성 교육정책으로 일관한 행정 권력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행정은 대학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와 대외적 변화에 따른 고육지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대학교육 정책은 새 정권 출범에 맞춰 어떤 형식이든 과감히 고쳐져야 한다. ‘대학 자율성’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규제 중심의 교육제도와 정책을 바꿀수 있는 적기가 된 것이다. 다 알다시피,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이다. 전국의 대학들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이제 대학의 미래를 제 손으로 설계할 수 있는 교육정책과 제도의 정착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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