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지난 정권에 상식적이지 않았던
조치들이 바로 잡히길 기대…
제주대도 시대 흐름을 기회로
방치했던 대학 본연의 모습 찾길

지난 5월 10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대학정책도 적폐청산의 과업에서 예외가 아니”라며 “성급한 재정투입보다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사려 깊게 살펴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 달라”고 문대통령에게 당부했다. 성명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난 9년간의 정권이 추진해온 무모한 대학정책에 시달려온 대학들은 새 정부의 대학정책에 대해 관심과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들이 시행했었던 대학정책들은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학의 역량을 최저점으로 끌어내렸다는 지적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대학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로 국내 대학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에 대해 대학의 구성원들 대다수가 이견이 없을 것이다. 대학들도 이러한 환경변화에 발맞추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 왔다. 교육부는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구실로 다양한 대학 재정지원 사업을 계속 확대해 왔다. 그런데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이 대학의 질적 성장을 제고한다는 목적에 부합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대학의 자율성을 가로막는 퇴행적 작태로 대학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정책들이 오히려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저해하고 있다는 강한 저항과 비판에 직면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단적인 예를 들어 대학을 평가하는데 있어 총장을 간선제로 선출하여야만 대학이 선진화된다는 논리를 지성인이자 교양인인 우리 대학구성원들이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더하여 총장직선제 여부가 잘 가르치는 대학을 평가하고 선정하는데 왜 필요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대학이 사정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격랑의 시간 속에서 우리대학은 어떠했을까?

“萬里風來山不動 千年水積海無量” 우리 제주대학교 학생회관 로비 정중앙에 호기롭게 걸려있는 문구이다. “만리를 불어온 바람도 산을 움직이지 못하고, 천년동안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도 바다는 넘치지 않고 한량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모름지기 국가의 지적(知的) 역량이 결집된 최고의 교육연구기관인 대학은 모진 풍파에도 흔들림이 없는 산과 바다와 같은 중량감을 지녀야 함이 마땅하지 않았을까?

지난 시간 우리의 모습에 대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천리 밖에서 불어오는 작은 바람이 그토록 두려웠는지 앞장서 산의 위치를 바꾸고자 하였고, 한 모금 물과 같은 재정지원에 목말라 바다를 제멋대로 헤아렸다. 수주한 각종 재정지원 사업들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 사업들이 대학이 가진 본래의 기능과 사명감을 어떻게 파괴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萬里風來山不動 千年水積海無量”에 “花笑檻前聲未聽 鳥啼林下淚難看”로 대구(對句)하고자 한다. “꽃은 난간에서 피나 소리가 들리지 않고, 새는 숲 속에서 울고 있으나 눈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의 비정상ㆍ비상식적인 정책에 우리 제주대학교는 물론이고, 전국 대학의 보편^상식적인 구성원들이 인내해온 마음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맞추어 지난 정권시기 상식적이지 않았던 조치들이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 국립대학법 제정을 필두로 고등교육관련 법체계 또한 바로 잡혀야 한다. 교육부의 정책 실패를 철저히 조사해 합리적으로 그 기능을 조절해야 하며, 불합리한 대학의 재정지원방식을 교정하는 등의 과업들도 시급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제주대학교 역시 시대의 흐름이라는 핑계로 방치했었던 대학 본연(本然)의 모습을 다시 찾기를 기대한다. 웅장한 한라산과 깊고 푸른 제주바다의 모습을 꼭 닮은 제주대학교 본연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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