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한국사회의 변화는 향후 우리 대학이 마주해야 할 상황 또한 변화할 수밖에 없음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개혁’과 ‘선진’으로 포장되어 시행되었던 많은 정책들은 지난 정권 시기 끊이지 않고 대학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성과와 평가’라는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충분한 연구와 준비 없이 시행되었던 대학의 수없는 정책들은 대학 구성원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당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갈등과 반목을 과잉생산하였다. 그리고 거점국립대학의 위상과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새로이 취임한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립대와 사립대 교수단체를 대표하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와 한국사립교수회연합회(사교련)가 제안한 정책협약서를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더하여 새 정부는 이미 지난 대선과정에서  대학교수단체들과의 정책협약을 통해 대강의 대학정책 개혁방안을 준비해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육개혁 조치가 대학의 예상보다 빠르게 시행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대표적으로 국립대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가칭 국립대학법 제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국립대에 대한 법적지위가 취약했었고, 이러한 점은 국립대의 위상강화에 걸림돌이 되었다. 따라서 국립대학법이 제정된다면 국립대에 대한 자율성 확대 및 행·재정적 지원의 든든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도 대학자율에 맡기기로 했고, 우리대학의 구성원들은 압도적으로 총장직선제를 선택하였다. 지난 보수정부의 대학정책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대학구조개혁정책과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평가 및 지원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 또한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우리 학교는 2017년 제1학기의 종강과 함께 다음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캠퍼스의 멋과 낭만을 느껴볼 여유도 없이 취업준비 과잉의 시대를 사는 학생들, 그리고 본업인 연구와 교육에 더하여 평가 과잉의 시대를 사는 교수와 학교본부 또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차분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성찰의 시간이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예고되어 있고, 이에 따른 대학의 구조개혁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학술연구와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이라는 대학의 본질적인 기능을 훼손할 수는 없다. 그간 필요이상으로 수립되어 혼선을 일으켰던 대학의 정책과 발전계획들은 이제 군살을 빼고 대학의 본질적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더하여 대학의 이곳저곳에 過恭(과공)하여 건립한 난삽한 상징물들도 정비하여 非禮(비례)를 범한 오류도 바로잡기를 희망한다. 이번 종강을 기점으로 과잉되었던 우리대학의 쓸모없는 군살을 빼는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