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시기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자금을 통제하며 관리하였던 대학정책 아래 국립대는 가난하고 비굴해졌으며 대학은 본질을 망각한 채 취업을 위한 학원으로 전락하였다. 국립대의 상황은 갈수록 열악해졌고 수도권대학 집중현상은 심화되었다. 이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한국사회의 기본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근원적 문제로 인식되었다.0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12년 18대 대선 출마 때부터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공약을 내세웠고, 실제로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점은 대학정책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기대를 불러왔다.

현재 국립대학 통합과 관련하여 교육부의 정확한 입장 및 각 거점국립대의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립대 통합 논의가 진지하게 시작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립대 통합 논의의 역사는 실로 유구하다. 2001년 서울대 장회익 교수 등이 ‘국립대 협력 및 개방화 방안’을 발표한 이래 여러 형태의 국립대 통합 방안이 나왔다. ‘공동학위제’ ‘통합 네트워크’ ‘국립기초교양대학’ ‘대학연합체제’ 등 각각 명칭과 세부 내용은 달랐지만 골조는 비슷했다. 국립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단계로부터 인적·물적 교류에서 시작해 공동 선발·공동 학위 수여의 단계까지 진행시킨 다음, 마지막으로 사립대를 통합된 국립대 네트워크에 참여시켜 전국 대학의 협력 체제를 완성한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거점국립대학 통합 내용의 핵심은 UC를 모델로 삼아 ‘한국대학교’라는 통합된 이름아래 거점국립대학들을 지역별 캠퍼스로 명명하고, 지역별 캠퍼스를 자유롭게 오가며 수업을 수강할 수 있게끔 하는 것으로 졸업 또한 다른 캠퍼스에서 할 수 있는 체제를 구상하는 것이다. 이 체제는 학생 이동권을 보장하면서 학점을 공동으로 인정하고 학위를 수여하는 ‘유럽공통학점인증제(ECTS)’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중장기적으로 공동 입시 선발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캘리포니아대(UC; University of California) 공립대학 시스템과 유사하다.

서울 소재 대학과 거점국립대 간 격차는 지역인재의 서울 쏠림 현상으로 인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이다. 대학의 공공성 회복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거점국립대의 육성이다.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국립대학 통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대학 경쟁력 강화에 있다. 거점국립대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위상을 강화하면서 인재 유출을 막고 경쟁력도 높인다면 과도한 수도권 집중현상을 해소함과 아울러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거점국립대의 통합이라는 명제를 앞둔 대학당국의 거시적인 안목과 대학내부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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