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2016년 초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쓴 후 중앙정부까지 나서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라는 새로운 조직까지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과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듯이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게 될까?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또 대학은 어떻게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정보기술 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으로 정의했다. 2011년 3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제러미 리프킨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에 반대했으며, 그보다 훨씬 전인 1970년대 초에 정보사회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사회학자 다니엘 벨 역시 살아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에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감(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정보의 기본적 형태)을 디지털화해서 전송·저장·분석하는 정보기술은 인간을 대신할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정보기술 자체가 인간 대신 노동하는 로봇의 생산을 목적으로 한다면 노동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며칠 전인 9월10일부터 13일까지 대전시가 주최한 국제행사에서 다빈치연구소(Davinci institute)의 토머스 프레이 소장은 기조 강연에서 “예전에 저는 2030년이 되면 20억 명의 사람이 직업을 잃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겠지만, 사라지는 직업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직업을 잃는 것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다. 에덴에서 인간은 직업이 없었다. 로마나 아테네에서 노동은 노예들이 했다. 이제 인간은 기술적 측면에서 노동 시간을 줄이고 정치적·문화적 활동이나 예술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적 경제·사회 체제가 유지된다면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줄어들수록 여가를 즐기고 친교를 나누며, 문화를 창달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다. 실업자가 늘어 소득이 감소하면 생산물도 팔리지 않게 되고 많은 기업이 파산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산업과 기술의 발전에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정치 토론과 행동을 통해 사회체제를 변화시키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없다.

사회학자 다니엘 벨은 1965년 컬럼비아대학의 교육 개편 방향에 대한 연구책임자로 정보사회에 필요한 직업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에서 직업 교육이 아니라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교양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새로운 사회가 직면할 새로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 갈 인간에게는 과학적 사고력과 인간과 사회 및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총장선거를 맞아 사회와 교육에 대한 장기적 안목과 통찰력을 가진 총장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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