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이 분노의 가장 큰 원인
갑질은 예의를 망각한 행태
1:99 신분제 이제는 사라져야

문학과 예술은 사람들에게 순간적인 재미나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물하기도 한다. 특히 어떤 영화들은 시사적 메시지도 적절히 던져줌으로써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를 보낼 정도로 훌륭하다.

시간이 지났지만 예전에 본 영화이야기를 해보자. 역대 관객수 1위인 2014년 <명량>과 7위인 2015년 <암살>. 둘 다 모두 훌륭한 배우와 감독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어려웠던 시절, 온 몸과 마음을 바쳐 대의를 추구했던 인물 들을 감동적으로 묘사하였던 것이 큰 반향을 불러왔다. <암살>의 안윤옥이 가상의 캐릭터면 어떠랴. 어느 시대나 애국심이든 정의감이든 개인의 영달이나 사리사욕보다 더 큰 그 무엇을 추구하였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 시대에 귀감이 되고 비주얼로 만나니 사람들이 공감한다. 난세가 영웅을 만들던가.

한편 역대 관객수 3위인 2015년작 <베테랑>이라는 영화는 어떤가? 최근 상영 중인 <범죄도시>와 유사하게 역시 정의감에 사로잡힌 그야말로 광역수사대 열혈 형사가 주인공인데, 동네북이 아닌 제대로 된 ‘경찰’을 만나니 반가움이 앞섰다. 하루 이틀 보고 들은 건 아니지만 인간말종인 재벌2세가 벌이는 울트라 슈퍼 갑질 행태가 또 다시 마뜩치 않았는데 용감하게도 물불을 가리지 않은 우리 경찰의 활약을 보니 속이 후련해졌다. 대리만족이다. 범부도 비록 극화된 세상에서나마(실제로는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 있었다. 이른 바 재벌 오너 일가의 ‘맷값 폭행 사건’).

인간의 뇌에서 ‘분노심’이 생성되는 매커니즘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이 ‘불공평’ 혹은 ‘불공정’한 대우라고 한다. 가뜩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시시때때로 맛보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에 뒤따르는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불공정한 대우는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것이 사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라면 ‘참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참을 인(忍)자를 머릿속에 그리며 참으면 되지만, 그것이 사회에 만연되어 내가 아닌 내 아들딸도 혹 피해자가 된다면 하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더 참지 못한다. 이른 바 갑질이 주는 메시지는 그렇듯 참혹한 것이다. 이 자연스러운 자괴감 때문에 우리 모두는 분노한다.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다. 하청업체나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본사의 갑질, 알바생에 대한 유한 사모님들의 갑질, 부하직원에 대한 오너도 아니면서 오너같은 사장님의 갑질,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역할을 하여야 할 언론사의 기자님이 그 자부심을 스스로 팽개쳐버린  갑질, 이 모든 것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망각한 행태이다. 현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지만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인간은 그 누구도 존엄하고 가치는 보장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갑질남녀를 필자는 개념 없는 인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개념은 쉽게 말하면 개념은 상식(common sense)이다. 상식 이하의 인간은 개념 없는 인간이다. 갑질이 하고 싶은 인간은 그 전에 개념을 정리하기 바란다.

승자독식이 난무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적어도 1:99의 신분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하루하루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청년, 노인, 여성 등 우리의 서민들이 적어도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들이 다름 아닌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가 난세를 사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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