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어린이마라톤 참가 후기
세이브더칠드런 2017 국제어린이마라톤 개최
봉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는 계기

참가자들이 총성이 울리자 출발점네서 뛰어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건강도 챙기면서 어려운 친구들 또한 도울 수 있어 달리는 내내 힘든 줄 몰랐어요.”

지난 10월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 평화광장에는 ‘2017 서울 국제어린이마라톤’에 참여한 3000여 명의 시민들이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나눔의 레이스’를 펼쳤다.

유모차를 탄 아기를 데리고 참가한 젊은 부부, 부모님과 함께 달린 아동, 친구와 함께 참여한 학생, 동호회에서 온 직장인 등 나이도 신분도 모두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4.2195km의 단축마라톤 코스를 달렸다.

국제어린이마라톤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2011년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이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을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해 노력하자’는 의미로 시작한 Hi 5(하이파이브)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연례행사이며 어린이들이 5세 미만 영유아 사망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지식과 소양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익혀가는 데 그 목적이 있다.

1km 체험부스인 말라리아존에서 어린이 체험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하늘공원을 끼고 도는 이번 마라톤 코스에는 출발선부터 1㎞, 2㎞, 3㎞, 4㎞ 지점에 각각 말라리아·저체온증·식수·영양 관련 체험 존이 마련됐다. 또한 코스 완주 후에는 평화 광장에 설치된 10개의 체험 부스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이 겪고 있는 예방 가능한 질병의 주요 원인과 해결책을 쉽고 재밌게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부산, 대구, 군산, 세종 등 4개 도시를 거쳐 마지막으로 개최된 이번 서울 마라톤에는 기자가 직접 상경해 봉사자로 다양한 곳을 누비며 글을 적어봤다.

◇다소 부산한 시작

전날 2시 25분 비행기로 서울에 도착한 본 기자는 서울을 돌며 헤매다 5시 경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다. 집결 시간은 당일 8시 30분, 여유 있는 시간으로 생각한 기자는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후 잠시 한강 공원을 걷다 숙소에서 잠들었다.

그렇게 긴장이 풀린 기자는 다음날 급기야 2시간의 알람에도 불구, 8시 10분에 기상하는 사단을 내고야 말았다. 급하게 짐을 꾸린 후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곧바로 향했어야만’ 했지만, 너무 급했던 나머지 핸드폰을 놓고 온 기자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 핸드폰을 챙긴 후 8시 28분에야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회를 시작합니다!

개회식은 오전 11시부터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시작에 앞서 MBC TV 어린이 프로그램 ‘똑?똑! 키즈스쿨’에 출연 중인 방송인 하지혜씨의 사회로 진행된 개회식에서 신나는 동요와 치어리더의 율동에 맞춰 체조를 따라 하며 몸을 풀었다.

이어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인 가수 하춘화씨는 무대에 올라 ‘어린이 여러분은 오늘 좋은 일, 큰일을 하신 거예요. 각기 어떤 마음을 품고 이 자리에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아프리카의 친구들을 살린 것’이라며 ‘자녀의 손을 잡고 오신 부모님들도 아이들에게 평생 교훈이 될 인성교육을 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환영사에 나선 심수화 연합뉴스 상무는 “우리는 온 인류가 이웃이고 친구라는 의미의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며 “어려운 나라의 친구들을 생각하며 달리는 오늘의 경험은 어린이 여러분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30분간의 개회식 후, 참가자들은 스타트라인에 도열했다. 곧이어 총성이 울리자 3000명의 참가자들이 거리로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어린이 여러분, 제발 저희 안쪽으로 달려주세요.

15일 오전 8시 30분, 평소 한산하다던 평화광장은 수많은 봉사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봉사자들은 번호표를 받고 짐을 맡긴 후 아동안전교육담당관으로부터 30분간 관련 교육을 이수한 후 각 조에 배정됐다. 기자는 코스 2조에 투입됐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코스 2조는 하늘공원의 등산객과 관광차량, 그리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참가자들을 오로지 5명이 받아내는, 이른바 ‘죽음의 조’였다.

코스 2조는 9시 30분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초조하게 마라톤 시작시간까지 2시간가량 합을 맞춘 후 모두 각자의 위치에 섰다. 머지않아 저만치서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아이들은 빨랐다. 쏜살같이 달려오는 아이들을 지도하며 등산객까지 통제하는 건 힘에 부쳤다. 제발 봉사자의 안쪽으로 달려주시라 사정하며 3000명의 참가자들을 다 보내고 나니 어느새 1시간이 지나 있었다.
◇자, 오전 행사가 막을 내렸습니다.
오후 12시 30분 경 복귀 무전이 전달됐다. 다시금 도착한 평화광장은 봉사자와 참가자, 관계자가 전부 섞여 오전보다 더 복잡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미소를 잃지 않고 축제처럼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평화광장에는 약 10개 정도의 체험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엄마아빠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각 부스에서 체험활동을 하고 있었다.
기자는 식사 후 1시 30분부터 체험 부스 중 하나인 ‘말라리아와의 한 판 승부’에 배치됐다. 줄다리기를 하며 아이들에게 말라리아모기에 대해 알려주는 부스였다. 말라리아모기로 변장하고 아이들에게 으름장을 놓다가 아이들에게 질질 끌려가는 그 기분이 그렇게 오묘할 수가 없었다.
 뭐, 어찌 됐건 우리 덕에 아이들이 말라리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은가. 다만 1시간 30분 동안 줄다리기는 꽤나 힘들었다.
◇벌써 헤어질 시간이네요, 여러분 안녕!
오후 3시, 행사의 마침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누군가는 아쉬운, 또 누군가는 후련한 표정으로 하나둘씩 행사장을 나갔다. 기자도 짐 보관센터에 찾아가 짐을 찾은 후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6시간 동안의 일정이 눈 깜짝할 새 스쳐 지나갔다. 지난번 소록도 때와 비슷하게 이번에도 혹자는 굳이 그런 데를 가느냐며 면박을 주었다. 6시간이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아냐고. 글쎄, 그는 어떨지 몰라도 기자의 6시간은 나누며 베푸는 데 써도 충분한 시간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2018 국제어린이마라톤을 권하고 싶다. 당신이 어린이가 아니어도 좋고, 그 분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도 좋다. 달리며 동심과 하나 되고 자연스레 이에 흥미를 갖게 될 테니까.
신창현기자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