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 이관에서 종학대학 승격을 거쳐 교육대학 통합까지

◇ 국립대학 이관

국립대학 이관은 1955년에 충남대학교와 동시 국립 이관이 좌절된 후 제2공화국이 탄생될 때까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제주도제 폐지 논란과 함께 전후복구라는 당면한 과제 때문이었다. 4ㆍ19혁명으로 자유당 전권이 붕괴되자 국립 이관 추진 논의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논의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점은 5ㆍ16군사정변 후였다. 당시 해군준장 출신으로 제주도시자로 부임한 김영관지사는 국립 이관 필요성에 공감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때마침 군사정부가 지방대학의 합리적 육성을 표방했기 때문에, 1961년 7월 13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게 국립실업대학으로 개편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7월 15일에 손창규 당시 문교사회분과위원장을 제주도로 파견하여 도민여론과 대학시설을 점검하게 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김영관지사 명의로 제출된 건의서의 주요 내용은 ‘제주도민은 교육열이 높지만 경제사정이 빈약하여 많은 경비가 드는 육지부 대학으로 유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도립제주대학은 제주도의 재정이 빈약하여 법정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므로, 국립으로 이관하여 국가재정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제주도 여건을 감안하여 축산ㆍ수산ㆍ특용작물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는 실업대학으로 개편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는 건의서의 내용에 대한 실사와 보고서 제출 이후인 같은 해 8월 10일 제주대학 국립 이관 안건을 상정하여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듬해인 1962년 3월 1일에는 법문학부와 이공학부 등 2개 학부를 둔 국립제주대학으로 변경 인가되었다. 국립 초대학장에는 국립 이관을 추진했던 문종철 당시 제주대학장이 발령되었다.

◇ 종합대학 승격과 교육대학 통합

국립 이관 직전인 1962년 2월에 확보한 서귀읍 동홍동 1510번지 소재 71,938평에 건물 6동(총 건평 747평)의 서귀포 캠퍼스가 들어서고, 농학부가 이전한 것은 1964년 2월이었다. 국립 이관을 위한 시설확충이 필요하였던 때 이미 추진되었던 일이었다. 당시 제주공항에 인접하여 시설 확충이 곤란했던 용담동 캠퍼스를 법문학부 중심으로 활용하는 대신, 이농학부를 서귀포로 이전함으로써 남제주군 지역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귀포 캠퍼스 이전과 시설 확충, 용담 캠퍼스 본관 신축 등 시설확충에도 불구하고 국립 이관 이후에도 여전히 타 시도 소재 국ㆍ공립대학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두 개의 캠퍼스로 분리된 지방 소재 단과대학이었다는 점이 손꼽혔다. 종합대학교 승격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196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종합대학교로 승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 1968년 8월 8일에는 제주도를 찾은 문교부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종합대학교 승격이 건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반여건을 이유로 무산되었기 때문에 1970년대 중반 캠퍼스 통합이설사업과 함께 종합대학승격이 추진되었다. 1975년 9월 21일 30만 7191평의 통합 캠퍼스 부지 매입이 완료된 후, 1978년 6월 2일 제주도를 방문한 박정희 전대통령이 이설현장을 시찰하면서 종합대학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1982년 3월 1일자로 제주대학교는 개교 30년만에 35개학과 4개 야간학부가 설치된 종합대학교로 승격했다. 그리고 1968년 10월에 분리 개교했던 제주교육대학교와 2008년 3월 1일에 통합하면서 제주지역의 명실상부한 거점국립대학교가 되었다.

◇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학이란 무엇인가

오래된 신문기사를 뒤적이고, 대학 홈페이지를 비롯한 온라인 자료를 검색하면서 “자진해서”, “적극적으로”, “지원”, “제주도민”이라는 활자들이 이렇게도 또렷하게 남을 줄은 몰랐다. 2017년 11월 현재 국립제주대학교는 10개 학부, 25개 전공, 50개 학과로 이루어진 13개 단과대학과 일반대학원 1개, 전문대학원 3개, 특수대학원 6개 등 10개의 대학원을 가진 제주지역의 명실상부한 거점국립대학교이다. 이런 지표들은 ‘자진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제주도민의 덕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표하는 인공지능이 화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에 불과하다. 거칠게 말하면 인간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이 한 걸음 떼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도민”덕에 이만큼 와있는 제주대학교만큼은 “미래의 기술”보다는 “현재의 인간”에, “관리와 효율성”보다는 “관계와 공정성”에 집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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