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를 찍는다

나는 요즘 쉼표를 찍는다.
서두르지 않고 잠시 난간 위에 살짝 내려앉은
오후 그림자의 모습과 같은 쉼표를 찍는다.

나는 요즘 쉼표를 찍는다.
고단했던 발걸음에도 쉼표를 찍고,
헐떡이던 숨소리에도 쉼표를 찍고,
찍고, 또 찍는 쉼표의 연속은
세상과 더불어 섞여 가는 여유를 부여한다.

나는 요즘 쉼표를 찍는다.
하늘을 우러러 쉼표를 찍고
땅을 굽어 쉼표를 찍고 또 찍는다.

찍기의 반복이 만들어 낸 잃어버린 날들은
산과 들 앞을 지나 자연 앞에선 나를 향해 마침표를 보낸다.

모든 것들이 운동을 멈춘 마침의 그 속에서
마침표가 그려낸 나이테의 파동은
세상 모든 것에 쉼표의 연속을 부여한다.

하지만 아주 들어가 갇혀버릴 마침의
그 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세상에다 쉼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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