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산 속에서 해방감에 젖어있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보인다.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알몸이다. 자연주의 모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세상사람들에게 던져진 그들은 요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주의 모임은 유니폼 모임이라고 하는데, 알몸이 이들의 유니폼이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채 그들의 유니폼(?)만을 내세우고 자연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나체주의' 혹은 ‘자연주의'란 이름으로 19세기 후반부터 급속히 번지기 시작했으나, 우리 나라는 완고한 유교적 사상의 영향으로 최근에야 그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서 만들어진 자연주의 모임은 국내에 무수히 많다. 하루에도 1백50여명 정도의 회원이 가입하고 있는 다음의 한 인터넷카페 자연주의 모임 ‘누드러브'는 4만3천 여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이 카페는 지난 해 1월 30일 개설해 게시판을 통해 “네트즌들을 대상으로 자연주의를 소개하고 국내에 자연주의가 수용될 수 있게 자연주의를 공론화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취지를 밝힌다. 게시판에는 자연주의 소개, 국내외 관련기사, 자연주의 갤러리와 여러 대화의 공간이 있지만, 자연주의를 탐구하기 보다 단순한 취미 활동으로서 자연주의를 즐기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운영자 강모씨(남, 27)는 “자연주의에 대한 작고 초라한 시작에서 ‘작고 초라한'보다는 ‘시작'이라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자연주의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의도를 보인다. 그는 자연주의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자연주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아울러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 오프라인 유니폼 모임을 여러 번 성사시켰다. 나체 상태가 엄청난 해방감을 준다는 것이다. 유니폼 모임은 옷을 벗었을 뿐, 일반적인 사교 모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참가했던 사람들의 입장이다.

  자연주의를 두고 사람들의 의견은 무수히 엇갈린다. ‘말세의 징후'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나체모임도 취미 생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자연주의가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시작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건전한 누드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내에는 실제로 본래의 목적을 살리고 있는 자연주의 모임이 별로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운영자들이 음란 사진을 올려놓고 공유하거나 성인사이트의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동호회를 운영하거나, ‘자연주의'를 빙자한 모임이 판을 치고 있어서이다. 운영자가 커뮤니티 사이트 자체검열을 교묘히 피해가거나 단기간에 활동하고 다른 사이트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단속망에 쉽게 걸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을 올리면 정회원으로 받아준다', ‘정말 제가 벗은 사진이니 정회원으로 등록해 주세요' 등의 제목으로 10대 청소년에서 30대에 이르는 화원이 나체 사진이 버젓이 올라와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자연주의 사이트에서 만난 한 네티즌은 “새로운 성적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놓고 실제 만남으로 참여한 여성들의 나체를 즐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불쾌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연주의자 행세를 하고 있는 악의적인 운영자와 참가자들로 인해 순수 자연주의자들은 따가운 사회적 시선과 행각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대형 할인점 업체인 테스코는 영국 남동부에 자연주의자들을 위한 알몸 쇼핑 매장을 개설했다.

  영국 정부가 공인한 최초의 누드 비치인 페어파이트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이 누드 쇼핑센터는 매주 약 4만여 명의 사람들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끈다고 한다. 이것은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나라의 몇몇 자연주의자들은 외국의 이러한 누드 전용 장소를 부러워하고 있다. 이 사람들에게는 누드가 또 다른 삶의 방식으로 더 이상 퇴폐나 외설이 아닌 현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잠시의 여유도 가질 틈이 없고 복잡한 삶에 쫓겨 지내는 우리네들의 모습 속에서, 퇴폐나 외설이라는 말 대신 자연주의의 본질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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