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지 관광경영학과 3

실로 쌀쌀한 날이었다. 캠퍼스 안에는 세찬 바람만 감돌았다. SNS에는 실시간으로 지인들이 각기 다른 곳에서 방학의 마지막 휴일을 즐기는 모습들이 업로드 됐다. 시내로 접어들자 다만 강풍을 뚫고 잰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그 사이로 간간이 펄럭이는 태극기가 2018년 삼일절의 온도를 말해주고 있었다.

1919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는 학생 대표 정재용의 목소리로 독립선언서가 울려 퍼졌다. 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식민 지배에 맞서 거족적인 항일운동이 일어났고, 이를 기념코자 30년 뒤인 1949년 삼일절이 제정됐다.
99년 전, 제주의 조천에도 3ㆍ1운동의 여파가 이르러 수일 간 시위와 항일 운동이 전개됐다.
 

제주도는 도내 항일 운동의 시발점이 된 조천만세운동을 만세대행진 행사를 통해 십여 년째 기려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제주 해녀 항일운동에 앞장 선 여러 해녀 열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새로 추진되고 있다.

3ㆍ1운동에 가담했던 대표적인 항일 시인 심훈의 <그날이 오면>에서 시인은 스스로를 찢어발겨가면서까지 독립을 부르짖는다. 시 말미의 ‘잘 드는 칼로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 큰 북을 만들어 메고,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다’는 부분에서는 독립에 대한 그의 의지뿐 아니라 조선 국민으로서의 절절한 소명의식마저 엿보인다.
때로 오프라인에서 우리들 다수는 소시민이 된다. 정보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내가 아니더라도 국경일을 기릴 지식인은 충분히 많고, 당장의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바쁘고 버거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날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아니면 그날을 기억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덧 내년이면 3ㆍ1운동의 100주기가 된다. 이 순간 ‘나’자신이 아니면, 누가 기억하고 행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그날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리 거창하고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행사에 참여하는 직접적인 방법도 있겠지만, 관련 도서를 탐독하거나 강연을 찾아 듣는 것, 박물관 답사를 가는 것도 그날의 역사를 알아가는 데에 우리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맘때 앳된 목소리로 그날의 불을 붙여 올린 정재용의 음성처럼. 시인 심훈이 전한 북 울림처럼 우리도 무언가 소리 낼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