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준 ‘예림전’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세종 갤러리에서 열렸다. 전문 프로들은 아니지만 우리들과 같은 느낌과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전혀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다. 오히려 친구에게 얘기하듯 우리들이 쉽게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고민이나 사회적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듯 하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맨 처음 새장 속에 갇혀 있는 바비 인형을 볼 수 있다. 신정미(동양화 3)학우의 <훔쳐보기>라는 작품이다. 조그만 새장 속을 자세히 보면 갇혀있는 바비 인형이 좌변기에 앉아 있다. 그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제목처럼 바비 인형의 은밀한 사생활을 훔쳐보고 있게 된다. 언제부턴지 영상이든 잡지로든 우리는 남의 사생활에 아무 죄의식 없이 엿볼게 된다. 작가는 이런 사회를 혹은 우리를 바비 인형을 훔쳐보게 함으로 꾸짖는 듯 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라는 강지운(서양화 3)학우의 작품이다. 남자 화장실을 표시 할 때 쓰이는 모형 안에 여자의 몸의 형상으로 채워 넣었다. 돈 때문에 성을 상납하고 그 생활에서 못 벗어나는 사회에서 약자에 입장에 놓인 여성의 삶을 3개의 이미지로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돈과 힘 앞에 남자들 안에 갇혀 짓밟힐 수 있고 그것은 누구도 아닌 내 주변 혹은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한옥분(동양화 3)학우의 <꿈꾸는 동화>에서는 정말 동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집이 그려져 있다. 둥근 지붕과 엉성한 굴뚝이 있는 집, 그 위로 어린 왕자에서 나오는 ‘바오밥 나무’처럼 생긴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작품을 보고 있자면 동화 속 인물이 툭 튀어나올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피식’웃게 만든다.

  몸과 마음에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아무 이유 없이 외로워지고 누군가가 그리울 때이다. 어느 날 우연히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를 만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그 행복을 이번 전시장에서 느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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