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을 들어서면 맨 처음 새장 속에 갇혀 있는 바비 인형을 볼 수 있다. 신정미(동양화 3)학우의 <훔쳐보기>라는 작품이다. 조그만 새장 속을 자세히 보면 갇혀있는 바비 인형이 좌변기에 앉아 있다. 그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제목처럼 바비 인형의 은밀한 사생활을 훔쳐보고 있게 된다. 언제부턴지 영상이든 잡지로든 우리는 남의 사생활에 아무 죄의식 없이 엿볼게 된다. 작가는 이런 사회를 혹은 우리를 바비 인형을 훔쳐보게 함으로 꾸짖는 듯 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한옥분(동양화 3)학우의 <꿈꾸는 동화>에서는 정말 동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집이 그려져 있다. 둥근 지붕과 엉성한 굴뚝이 있는 집, 그 위로 어린 왕자에서 나오는 ‘바오밥 나무’처럼 생긴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작품을 보고 있자면 동화 속 인물이 툭 튀어나올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피식’웃게 만든다.
몸과 마음에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아무 이유 없이 외로워지고 누군가가 그리울 때이다. 어느 날 우연히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를 만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그 행복을 이번 전시장에서 느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