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언 정기자

“야, 4ㆍ3이 뭐?”, “그 있네...”

우리는 항상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 문장에는 괄호가 숨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알고 있는 혹은 나와 연관된)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가 완성된 문장일 것이다. 제주4ㆍ3사건은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역사 인식과 그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제주4ㆍ3사건을 묻는다면 도외민은 ‘그게 뭐지?’라는 반응과 제주도민은 답은 가까스로 하지만 명쾌하지 못한 답을 한다. 이것이 제주4ㆍ3의 인식에 대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제주4ㆍ3에 대해 간략히 기술하자면 공산주의자와 미군정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이뤄낸 악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남로당 제주도위원회가 노출되고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미군정은 “제주도 인구의 80%가 좌익단체에 동조자이거나 관련이 있는 좌익분자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남한만의 단독 선거와 단독 정부를 반대하는 반동분자를 척결한다는 명목 하에 무고한 주민까지 희생시켰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정부는 제주도의 아픔을 달래주기는커녕 ‘권력에 대항한 빨갱이’라는 프레임에 가둬 제주도경비사령부를 설치해 중산간 마을을 통행금지 시키고 제주도 전역에 불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했다. 명분을 획득한 이승만 정부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거하지 않고 무자비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또한 이승만 정부는 정부 수립 후 갓 만든 헌법을 불태웠다.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등등 수많은 위헌적 행위를 저질렀다. 자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나서서 학살하는 나라라니. 아이러니하다. 누구를 위한 정부이고 당시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며 그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무엇이었을까?

사건 발발한지 50년 후인 2000년 1월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야 ‘제주 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2003년 10월 진상보고서가 채택 된지 보름 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있었다. 이후 2014년 1월 국가기념일 지정 등이 제주4ㆍ3의 아픔을 달래주고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한걸음 다가서게 했다. 그 후 제주4ㆍ3은 정치권의 눈 밖에 있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반영돼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특별법 제정 이후 두 차례의 개정이 이뤄졌으나, 현재까지도 미완의 과제가 많기 때문에 ‘제주 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으나 심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국민 앞에 여야(與野)가 없다는 말을 명심하고 조속한 처리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비단 정치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7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제주4ㆍ3사건을 알지 못해 기억은커녕 추모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공부할수록 위대함보다 분노를 더 많이 느끼지만 이러한 비극적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선 공부하고 기억해야만 한다. 또한 제주4ㆍ3은 제주도민만의 역사가 아닌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이제 ‘4ㆍ3? 들어는 봤다’가 아닌 ‘4ㆍ3! 알고 있다’로 변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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