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과 졸업식은 현재의 소속감과 미래의 인적 네트워크 차원에서 학교의 매우 중요한 의식행사 중의 하나다. 특히, 대학의 입학식과 졸업식은 그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격식을 갖추고 진행한다. 근래 우리나라 몇몇 대학의 입학식은 학교 밖 대형 체육관이나 고급호텔을 빌려서 화려한 조명과 유명 연예인들이 나오는 떠들썩한 축하공연으로 성대하게 진행되곤 한다. 총장 환영사나 총동문회장의 축사 내용은 화려한 조명과 유명 가수가 부른 노래에 묻혀버린다. 신입생들의 참석률을 높이고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라지만 대학 본연적 기능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졸업식은 수상자만 식장자리를 메우고 나머지는 캠퍼스 밖에서 친지 및 친구들과 사진 찍기에 바쁘다. 취직에 대한 불안과 총학생회 수익사업으로 인식되는 반감으로 졸업앨범은 사라지고 있다.

입학식이 끝나면 신입생들과 재학생은 학과 OT, MT, 단과대학 체육대회, 대학축제 등으로 학과 및 대학차원의 애과심, 애교심을 새기고 대학의 낭만을 즐기는 일정이 이어진다. 그러나 학생들이 주도하는 이런 행사들이 과거 몇 십 년 동안의 구태의연한 프로그램의 답습의 연속이다. 많은 학과에서는 오랫동안 남학생들의 여장 콘테스트를 MT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여 왔고, 단과체육대회는 식전경기 포함하여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대학축제는 어느새 외부 유명가수 공연 프로그램이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되어버린 것이 부정하지 못하는 대학 캠퍼스 현실이다. 이런 행사들의 취지가 십분 이해가 되고, 대학에 어느 정도의 낭만과 축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대학의 본질적 기능은 교육과 연구임을 생각할 때 다소 과도한 느낌이다. 이는 비단 우리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제 양적으로 성장한 우리대학이 이젠 내실을 기하고 대학의 본연의 교육적 기능 및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학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은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하고, 학생들은 도서관에만 전공서적만 붙들고, 취업에만 몰두 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학생다운 열정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대학은 자유와 학문만 곳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대학행사에서는 학생들의 참신한 생각과 콘텐츠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선배들이 물려준 전통이라도 뒤틀어진 전통은 창의적인 사고와 아이디어로 재창조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뜻을 같이 하는 동아리 중심의 대학문화의 활성화가 그 한 방법일 것이다.  

미국 명문대학들은 학비와 기부금, 자금운용으로 채워지는 예산이 우리나라 대학보다 훨씬 많으나, 연예인을 부르는 호화 입학식이나 축제행사에는 한 푼도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나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가 입학식에 비욘세나 저스틴 비버를 불러 공연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미국 대학의 예산은 대부분 연구 예산과 장학금 확충, 도서 구입 등에 사용한다. 아무리 다양성이 인정되고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지만, 어떤 경우에도 부차적인 것이 본질적인 것을 앞설 수 없다. 호화 입학식이나 화려한 축제공연의 이벤트로 대중에 비치는 이미지는 대학이 추구할 본질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업이 최고의 목표가 되어버린 대학의 캠퍼스에는 우리가 자랑스럽게 계속 지킬만한 대학 문화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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